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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Dec 18. 2021

3. 사업계획서라는 것

아주 작은 사업이라 해도 한 번쯤은 써봐야지......

상상을 스케치하고


막상 팀원들에게  내 머리와 가슴의 열정을 토해내려니 두서없이 장황하기만 했다. 외국서 경험했던 돌봄 서비스의 세련된 태도도 좋고,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서비스도 좋은데 뭘 어떻게 잘할 건데? 전달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한마디로 정리가 안돼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해내는 작업이 스타트업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이었다.  


기존의 서비스 실태와  문제점이 뭔지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정리하면서 나만의 차별화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스케치해봤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내가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기억들을 차례로 소환해보니 당시에 참 행복했고. 무서웠고. 힘이 들었구나...... 그때 이랬더라면...... 하는 생각에 순서를 정하면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시대와 세대가 변해도 공감은 한결같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무조건 글로적기



 

스케치를 문서로 만드는 연습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체계적인 시스템 때문이란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었다. 드라마 '미생'에서도 고졸학력의 주인공은 대기업의 시스템에서 물고기 잡는 방범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선배와 상사의 혹독한 훈련 끝에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나의 이력에는 제안서, 기획서 , 사업계획서를 단 한 번도 써 본 경험이 없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지원서 제출기한이  빠듯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동안 여러 차례 떨어졌던 동생의 계획서가 있었으니 그걸 기본 뼈대로 잡고 나의 비전을 살로 붙여 완성하기로 결정했다. 사업계획서의 양식은 기본적인 툴이 있고 주관하는 기관마다 그 사업목적이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타깃 고객은 누구이며 왜 그들이 제품/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고객의 문제점과 니즈는? 필요성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 제품, 서비스의 구현원리와 방법, 용도, 특징, 경쟁 등 기본 형식이 비슷해서 거기에 맞춰 문서화를 시작했다.



무식하게. 용감하게 물어보기


문서화는 공유하세요


만일 내가 사업을 한다면 해보고 싶었던 많은 꿈들을 두서없이 끼워 맞추다시피 적어놓고 보니 그럴듯해 보였는데 일단 작성한 문서를 사업을 제안한 동생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나를 제외한 팀원들은 항해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공대 출신 개발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업을 설득하기 전에 동생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예상대로 동생은 공대생답게 이상적인 나의 꿈을 흔드는 역할로서 그래. 다 좋은데. 그래서 너의 이상에 혁신적인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건지에 대해서 풀어가는 작업을 한 후 세명의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팀원들은 사업계획서를 읽고 각자의 궁금증과 의견을 내놓았다. 아! 이조합 어렵다 어려워. 세명 모두 미혼인 데다가 심지어 한 명은 남자야... 이 사람들한테 출산 관련 어플이라니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였다. 수집,수정,검토의 단계를 여러 차례 반복한 끝에 '위치 기반 산모와 신생아 스케줄 어플'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내가 만나는 산모들과 보호자에게 사업 발표를 짧게 소개해보기도 했다. 한결같이 응원을 해주었던 의견들은 지금도 내 사업의 중요한 데이터가 되었다.


첨삭은 간결하고. 간단하게. 임팩트는 토핑처럼.


우리나라의 출산 경험의 여성들이라면 느꼈던 예상치 못했던 변화와 불편으로 인한 출산문화에

기술결합의 서비스를 접목해서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나를 뽑아 달라는 걸 20장 안팎의 서류로 정리하는 사업계획서.전국에서 지원한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 중에 1차로 300명을 뽑는 순위 안에 들려면 서류심사가 사업계획서에서 정해진다. 철저하게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장황하게 늘어놓다 보면 정작 내가 하고자 하는 포인트의 길을 잃어버리는 위험에 빠지기도 했는데 최대한 문장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서 무엇을 강조하는지에 핵심을 두고 첨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29장이었던 서류는 20장으로 줄게 되었다.



이젠 내 손을 떠났어.



주사위는 던져졌다


솔직히 말해서 나의 창업계획이 처음부터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운명인가? 숙명인가? 는 아니고. 난 늘 꿈꿔 왔고 늘 상상하는 공상가였다.  나이가 먹어도 당당한 커리어를 꿈꾸는 성공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지만지금 내 앞에있는  페이퍼 인센스처럼 아주 작은 불씨로 8.5cm 종이를 태우면서 풍기는 짙은 향은 나의 공간에 연기로 퍼지듯이 나는 내가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꿈꿔 왔다.그래. 이렇게 노력한 거로 만족하면 되는 거야. 그 돈 받아서 사업할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고. 근데 몇 번이나 떨어진  꽤 괜찮은 인재들이 모여서 일한번 해보겠다는데 이왕이면 저 친구 들을 위해서 되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으로 마지막 단계<제출하기> 클릭!  

그 순간의 짜릿함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미드나잇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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