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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Dec 27. 2021

 4. 염소가 된다는 사업 발표.

              종이 먹고 매~~ 에~엠......

‘띠롱’

이른 아침부터 문자 알림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한국 0000 협회'

사업 발표 시간을 앞당기는  가능한지를 묻는 정중한 문구에  잠시 망설였다. 스레 3시간이 앞당겨진다는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것도 발표 당일. 장비 점검을 하던 팀장이 OK 사인을 보내며  모든 준비가 완벽하니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낫다고 했던가? 분명 다른 참가자들은 거절을 했을 텐데. 협회 측에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어필할 수도 있겠다 싶어 흔쾌히 승낙했다. 자신이 있어서라기보다 어차피 뛰어든 마당에 한두 시간 연습한다고  나아지는것도 아니고 평소에 입에 달라 도록 읽고  읽었던 연습에 당일만큼은 마인드 컨트롤이 차라리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IR(investor relations) 준비하는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발표는 떨린다규....


기회의여신 뒷머리를 꼭 잡겠다는 마음으로


4월 20일. <여성 특화분야>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 것이 1차 서류평가에 통과했다.

창업 아이템은 '산모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스케줄 앱'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온 나라가 코로나19에 들썩이는 시기에  발표는 비대면인 화상으로 진행되는 낯선 환경에서 내가 주체가 되어 발표하려니 무척 떨렸다. 1차 리허설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돌았다.

"안녕하세요~ 제 말 잘 들리시나요?” 주최 측 진행자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네! 잘 들립니다.”

“이제 발표를.....” ‘뚝!’ 순간 컴퓨터 전체가 꺼져 버렸다.

방금 전까지도  시뮬레이션을 마쳤는데 이게 뭔 일이지? 컴퓨터 전원을 다시 켜고 협회 측과 재부팅을 시도했다. 2차 연결 실패. 발표 5분 전에 이런 상황이라니.... 이런 변수는 예측을 못했다.

나도 나였지만 평소 컴퓨터를 잘 다루던 팀장마저도 진땀을 흘리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화상 발표에  대기 중이던 발표자들의 전산상 폭주로 인한  시행착오의 과정임을 짐작할  있었다. 기막힌 타이밍에 순발력을 발휘해서 휴대폰 재부팅에 성공했고 화상을 통해 마스크를  심사위원 5명이 보였다. 떨지 말자…… 여긴 홈그라운드다.

위험한 세상에서 최약체 대상의 돌봄 시장  변화를 꾀하며, 시장의 매뉴얼화 시스템에  선두주자 역할로 단절과 고립이 아닌.. 안전하고 건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야말로 내가 꿈꾸던 돌봄 서비스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다! ….



잘나서가 아니라 낯 두꺼운 아줌마라서 안 떤 거예요.


5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마이크가 꺼지고  심사위원의 질문으로 넘어간다는 협회 측의 주의사항을 끝으로 큐사인이 떨어졌고, 훌륭한 조력자의 극적인 기술(프롬 푸트) 덕에 마치 여성 앵커처럼 카메라 앵글을 보는 듯한 시선 처리로 발표를 끝내자 비로소 안도의 심호흡을 내뱉었다. 팀장은 손뼉을 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진짜 잘했어요! 솔직히 긴장해서 실수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우리가 하려는 말은  했고  사업을   밀어주면 누가 밀어주겠어요?"라며 이미 합격 것처럼 흥분했고  역시 심장이 나대고 있었다.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만일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좋은 경험한  치자고는 했지만 솔직히  기회를  잡고 욕심도 생겼다.....


출산은 여전히 남자들의 사각지대


드디어 심사위원의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나보다 팀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중년 여성이 앱을 개발해서 사업을 한다고 하니 심사위원들의 개발관련 질문을 한다면 취약할 게 뻔했고

행여나 버벅댈까 팀원들은 무려 100개의 예상 질문과 답안을 뽑아왔었다.

'무슨 질문을 할 줄 알고  이걸 다 어떻게 외우니.....'

우려와 달리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지극히 기본적이며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을 염려하는 질문들뿐이었다.

한 심사위원은  "출산 전 준비사항과 동선 파악 일정, 출산 후 행정 절차 정보 및 산후 관리 업체 선정 등 담당 매니저 시스템을 혼합하여 효율적 돌봄이 실현되기만 한다면 정말 좋은 사업이네요."란 충고를 했다. 출산 관련에 대해 잘 모르는 분야라는 말도 언급하며  더 이상의 공격적인 질문은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마담스완 VS 블랙스완


"블랙스완(?)에서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게 있다면?"이란 질문에 건너편 팀장님이 입을 틀어막고 억지로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마담 스완이 졸지에 블랙스완으로 바뀐 걸 들은 모양이었다.

아마도 영화' 블랙스완' 때문에 헷갈렸는지. 그날  내가 입었던  검은색 원피스와 묘하게 겹쳤던 모양인지

요즘은 <블랙스완. 위험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책에서 착안한 회사명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왠지 운명적인  탄생비화가 아니었나 하는 순간이었다.


    

마담스완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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