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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Jan 24. 2022

5. 사람들은 왜 공무원을 싫어할까?

그래야만 했었니?

공. 무. 원

사전적 의미는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 요즘 90년 대생의 최종 목표라고도 한다. 불투명한 미래에 가징 현실적인 대안으로 전공수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준비를 한다는 글도 읽었고 실제로 지인 딸은 6년 만에  공무원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어지간한 끈기와 두뇌로만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직업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싫어한다...

왜냐고? 부러워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책임지기 싫어하고 일처리 능력이 나태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주민센터나 구청 업무를 보러 갈 때면 삿대질과 욕설을 퍼붓는 민원인을 만날 때가 있는데 민원인은 세상 억울함이 묻어있는 울부짖음과 몸짓으로  들이대는 반면 담담 공무원은 무표정하게  매뉴얼만 설명하며 상대하는 모습에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다소 냉소적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드디어 사업 시작이다!!!


대면 발표 이후 선정되었다는 기쁨에 멀고도 험한 여정이 남아있는 줄은 그때까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창업을 하면서부터 유아인의 영화 속 대사"어이가 없네?...."를 수없이 내뱉었고 목청을 높이며 쌈닭이 돼버린 내 모습에 깔깔대며 웃으니 동생은 제정신이 아니라고도 했다.


눈앞에 성공을 한시라도 빨리 잡을 기세로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  온라인 접수를 하려는데 헉!!!

어마 무시한 양의  사업 업태, 종목, 분류별 코드가 펼쳐졌다. 내가 하려는 사업에 맞는 코드 인지도 의문이 생겨  아무래도 직접 세무서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는 게 나을 거 같았다. 번호표를 뽑고 내 차례가 되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려는데  담당 직원은 상황을 듣는 대신 말을 끊고 사업분류를 정하더니

 "~가 맞네요. 며칠 후 연락이 갈 겁니다."

기다리던 시간에 비하면 10분도 안 걸린 행정업무였다.

'그런가 보다. 정말 간단하네' 생각하며  며칠 후에 나온다는 사업자 등록증을  품에 안고 있는 것만 같아 발걸음이 가벼웠다.. 사업하는 거 쉬운 거구나........


누가 이기나 해볼 테야?

나 쌈닭 되다.


며칠 후 세무서라며 다른 직원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처음 들어 본 서류를 요구해 왔다.????

"그게 뭔데요?" 물었더니 해당 구청으로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다. 구청으로 전화하니  그런 서류는 없다고 했다.  세무서에서 구청 <00000과>로 문의하라 했고  구청에서는 여전히 요구하는 서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복되는 통화로 하루를 소비하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또다시 세무서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을 했다.

"제가 하려는 사업은......"라고 하니  담당자는 나의 말은 들으려고도 않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웠다.

아니 이 사람들은 왜 상대방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거지?

"파견 맞잖아요. 당신네 회사 직원이 사무실이 아닌 고객 집을 가는 거 파견 맞잖아요~"라는 '파견'이라는 단어에만 꽂혀 있었다. 설명하자면 내가 하려는 사회서비스 사업 담당은 보건 복지부 소속 해당 관할 보건소였고, 처음부터 일자리 경제과는 아니었다. 대체 세무서 직원은 상황을 왜 이리 혼란스럽게 만들었을까? 보건소에서는 그런 서류 필요 없다는데 왜 당신은 있지도 않은 서류를 요구하냐고 근거를 제시해서 문서화로 달라고 이번에는 내 쪽에서 요구를 했다. 곧 죽어도 자기는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담당자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거니


산으로 가는 배


과연  사업자 등록을 하려는 나 같은 사람이 처음부터 완벽히 알고 등록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애초에 상담 자체가 2~3분 만에 처리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담당자라면 최소한 이 사람이 무슨 사업을 하려는지를 파악하고  길라잡이 역할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루에 민원 수가 어마 무시하다고 해서

일일이 상대할 수 없다고 해서 이렇게 배를 산으로 보내도 되는 걸까? 하며 혀를 내둘렀다.

결론은 당신도 근거 서류로 보내라고 악을 썼고 구청 담담자가 세무서로 전화를 한 후에야 다음날 사업자 등록증을 받았다... 8일 만이었다. 이후로도 이 직원과의 맞지 않는 궁합은 계속되었다. 통상 과세와 면세 사업을 겸 할 경우에는 과세사업 번호로 등록증을 내주어야 했지만 내가 받은 등록증은 면세 번호였고  과세 지원사업에  제제를 받고 나서야 이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직 이동하면 그뿐.


이쯤 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거래처 회계사가 중재에 나서기 위해 방문했고 그녀가 꽂힌 파견이 아닌 어플 개발 연구사업도 포함되어 있다는 설명에 중년 여성이 무슨 앱을 개발하냐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멍했다.

이 사람 시험 보고 공무원 된 거 맞아???

한 직원의 무지한 판단으로 여러 기관과 수백 통을 해야 했고, 관련 서류를 증빙하자 자기들이 내세운 원칙에 반하는 한 주소지에 2개의 사업자 등록을 내주었다. 왜 사람들이 공무원을 욕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냥 간과하면 안 될 거 같다는 내게 회계사는 별 수 없다며 보직이동으로 옮기면 그뿐이라는 씁쓸한 말만 할 뿐이었다.


난 모르겠고......

이제 곧 법인 전환을 앞두며 지난날 담당자에게만 의지하는 과오는 절대 하지 않으려 난 발로 뛰어다니며 담당공무원에게 사례를 들어 묻고 또 확인한다. 전화로 용건만 해결할라치면 약속도 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또 중년 아줌마란... 식으로 비아냥거려도 상관없다. 그들이 내 사업에 책임을 지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 년 동안 겪어야 했던 불편함과 불이익은 정리가 되겠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준비하고 물론 과정이 수월한 사람들도 많을 테지만 분명 나 같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모든 공무원을 싸잡아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이제 막 사업을 하려는 분들이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을 참고해서 사업을 시작했으면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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