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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Apr 16. 2022

태어난 지 4주지만 난 다 알아요.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선생님! 정말 우리 현우가 다른 아기들하고 달라요?”

말간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조심스레 묻는 산모의 표정이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아기들마다 당연히 다르죠. 왜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4 주의 산후 관리를 계약하고 종료 3일 전 관리사 교체를 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음을 직감했다. 특히 교체 경우는 자칫 이전 관리사에 대한  험담이 될 수도 있어서 좀처럼 쉽게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고객 불만족 건임은 분명했다.


내 말좀 들어보라구요.



울음은 또 다른 언어


“현우가 많이 우는 편이긴 했는데요. 이모님이 10년을 넘게 이 일을 했어도 이렇게 우는 애기는 처음 본다고…… 더 이상은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은 다른 애기들 많이 보셨을 거잖아요. 정말 우리 현우가 비정상인가요?”

산모의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신생아의 울음은 언어이고 많이 운다는 건 그만큼 많은 말을 한다는 건데 비정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아요. 현우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네요. 한 번 들어볼까요?”

산모를 달래고 아기의 상태를 보자 확실히 무언가에 화가 나있는 것처럼 시종일관 미간을 찌푸리고 칭얼댔다.

대부분의 초보 양육자들은 아기가 울면 기저귀를 갈아야 하거나 배가 고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기는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표현하는데 알아듣지 못하니 우는 건 당연했다.

그런 생각에 현우를 보니 오죽했으면 울었을까 하는 짠한 마음이 앞섰다.

“현우야 그동안 얼마나 화가 나있었던 거야? 왜 화가 났는지 말해줄래?”

아기를 세워 안아 등을 토닥거려주며 말을 걸었다. 아기는 마치 알아듣는 것처럼 옹알거리며 흐느꼈다.

“그랬구나. 이제 괜찮아. 안심하렴.”

그렇게 여러  반복했더니 졸기 시작하며 이내 잠이 들었는데 불과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첫날부터 이모님께서 쪽쪽이부터 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날수록 현우 누나도 이모님 눈치를 보고 저도 그래 지더라고요. 그런데 어제는 제가 안방에서 잠이 드려고 하는데 현우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아 나가 봤더니 쪽쪽이를 물린  심하게 흔들고. 애기는 점점  울길래  화가 나서 그냥 내일부터 오시지 말라고 했더니 현우 같은  없다고……”어떠 상황인지 안봐도 그림이 그려져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그랬구나......



우리는 아이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오후가 되어 큰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는데 현관문이 열려도 문 뒤에 숨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엄마는

“괜찮아 다른 선생님이야”라고 말하니 그제야

다른 선생님?” 하며 얼굴만  내밀어 나를 확인하고 토끼처럼 깡충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낯도 가리지 않고 재잘거리는 누나는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그런 아이가 누군가를 눈치 본다는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해 괜스레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갓난아기를 목욕시킨  분유를 먹이고 나비잠으로 자는 모습을 보면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보셨죠? 이제는 현우 표정이 한결 편해 보이잖아요? 별로 울지도 않았는데.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까 걱정 마세요”산모를 향해 한번 더 안심을 시켜주었다.

“사실 전 선생님이 우리 현우 안아주실 때부터 이미 바뀐 거 알고 있었어요.”라며 생글거렸다.

현관문을 열어주며 서늘하게 맞아준 오전과는 사뭇 달라진 산모의 밝은 표정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아기를 돌본다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목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를 돌보는  아무나   없고 해서도 안된다. 과거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해주었던 산후관리는 여자라면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경시했던 출산문화. 손탄다고 안아주지 말아야 한다는  울려야 목청이 트인다는 둥의 식의 돌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산후관리를 하는 관리사도 이제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하나의 직업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과거 방식과 모호한 경계선에서 고객을 접하는 관리사를 만날 때가 있다.

자신의 딸이나 손주가 아님에도 반말을 한다거나 고객을 가르치려는 시어머니가 되고 만다. 매뉴얼도 없고 CS교육(고객만족 교육)의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는 게 현재의 돌봄 서비스 문화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감만족

오감만족 육아


갓 태어난 아기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신기한 능력이 있어 자신의 양육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말 못 하는 반려동물들도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꼬리를 흔들고 애교를 부리지만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는 눈치를 보고 피하지만 아기들은 피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안는 자세가 불안하다고! 나를 좀 편하게 안아줘!

지금 나는 졸리단 말이야. 배도 고프고 아프기도 해.

심심한데 왜 자꾸 자라고만 해? 놀아줘야지.

으악! 느낌이 이상해. 엉덩이가 찝찝하다고 당장 해결해줘!

그들은 오감만족을 원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능력 있는 양육자를 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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