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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Oct 09. 2023

6. 어떤 직원을 뽑을 것인가?

누군가 그랬다고 한다……

죽은 뒤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 안다면 절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 살지 않을 거라는 문장을 읽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살면서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는 말이 요즘처럼 헛헛한 기분이

드는 건 조직의 리더라는 나의 위치 때문이겠지만 그 이전에 나도 사람인지라 식빵소환을 열두 번도 하다가 또 그런 나 자신이 후져 보여 그저 웃기를 반복하는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그때는 몰랐다


면접을 진행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족관계. 경력. 아기에 대한 감정. 돌봄에 대한 생각등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말투와 표정으로  어느 정도 나의 채용기준에 맞아떨어지는 관리사를 뽑을 수 있다. 처음 A를 마주한 느낌은 좋았다. 어린이 집 근무 이력이며 날렵한 인상과 몸짓은 산모와 아기를 돌보기에 이상적이었는데 면접 내내 A는 아이가 둘이고 한 명은 유학을 갔다는 정도. 어린이집 퇴사 이유도 젊은 20대 교사들과의 경쟁에서 어쩔 수 없이 밀리기 때문이었다는 식으로 짧게 답했다. 더 이상 대화에 진전 없이 중간중간 끊기는 것이  맘에 걸렸지만 텐션이 높은 사람은 밝고 상대를 기분 좋게 하고 텐션이 낮은 사람은 침착하고 신뢰감을 주는 장점이 있듯 사람마다 다르니까.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넘기며 채용을 했다. 나이 들어할 거 없으면 애나 본다는 식의 돌봄 문화가 여전하다는 나의 관점에서 좀 더 우호적인 점수를 주어 실습도 생략하고 곧바로  스케줄을 잡았다. 나중에야 그녀가 말을 아꼈던 이유가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그녀의 관계유지방식이었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많은 대화에서 그녀의 떨어지는 이해력과 표현력이며 공감능력을 알아챘다면 채용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voc(voice of cliant)


어느 지역이나 특권계층의 고객은 존재한다. 굳이 서울 유명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하고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던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할 때 관리사 배정도 어렵기 마련이어서  내심 기대를 갖고 처음으로 A에게 배정을 했다. 특별한 업무 환경이라 첫날부터 콜택시를 불러 퇴근을 시켜주기도 하고 유명 베이커리 샌드위치를 배달해 주며 응원을  해주던 차에 뜻밖에도 관리 3일째 되던 날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은 나를 실망시켰다. 고객을 옆에 세워둔 채로 내게 전화를 걸어 대뜸 "여기 산모님 보호자가 당장 나가라고 하시네요."라고 했다. 나중에야 그녀의 입장에서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고객 옆에서 들으란 듯한 당당함은  어쩐지 뻔뻔스럽게까지 느껴져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입사 후 A는 회사 단톡방 참여도 하지 않았고 월 1회 진행하는 화상회의도 출석하지 않았다. 몇 차례 참여 유도를 권하기도 하고 단독면담을 청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하는 이유도 없이 묵묵부답이었다.

이따금 면접당시의 그녀를 떠올리며 그저 말이 없는 묵묵함으로  신뢰도 일점을 주었던 내 판단에 의문을 갖게 된 시점이었다. 그렇게 회사 기준에서 모범직원과 문제직원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자리 잡고 산모들을 접할 즈음서비스 관리 3일째가 되었는데 청소기를 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모로부터 교체요청이 들어왔다. 어느 한쪽 말만 들을 수 없기에 확인전화를 하니 A는 집보다 짐이 많다며 공간이 비좁아 물휴지로 닦았다는 어이없는. 설득되지 않는. 되지도 않는. 답을 했다. 두 번째다! 그럼에도 난 불쾌한 내색보다는 ‘따구화법(따뜻한 … 그랬구나~)의 회유를 선택한 건 그럼에도 기회를 주고 존중을 해주고 싶어서였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저 너도 나도 하는 허드렛일이 아닌 의미를 투척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당신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난 당신을 그렇게 생각해 제발 알아줘…라고 말이다.

그런 나의 바람과는 어긋난 A의 태도는 애사심은 고사하고 돌봄 종사자의 자질이 없는 그저 일당벌이쯤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보여줬다.



삼진 아웃. 그 결과


A로부터 사직서를 우편으로 보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는 전달을 받았다. 본인 입사일자 확인과 퇴직금 지급 해달라는 통보는 덤으로… 몇 번의 기회를 줬음에도 변화할 시도조차 안 하는 그녀에게 신생아케어를 더 이상 맡길 수 없어 고객 스케줄을 잡지 않았더니 불만이었을 테지.

물론 퇴직금 지급대상이 아닌 위촉계약을 맺은 계약직이었는데 무슨 생뚱맞은 행동인지 확인차 전화를 걸었지만  내 전화는 피하고  직원에게  뻔히 안 준다 할 텐데 왜 받느냐는 무례한 답변이 왔다. 중간에서 입장불편해하는 직원에게 더 이상 문자에 대한 답변을 중단시켰다. 거래하는 회계, 노무사와 동종업 사례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했다.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관계에서나 있을법한 무례한 행동을 하는 A의 입사 당시를 떠올리며 내 판단에 질책하는 지금의 상황이 왜 이리 씁쓸한지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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