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툭!
“덜컹, 툭. 덜컹! 툭.”
이놈의 냉동차는 과속방지턱만 넘으면 엉덩이가 올라가는 흥을 주체하지 못한다. 본인의 엉덩이에 얼마나 중요한 것들이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냉동차는 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본인의 엉덩이를 위아래로 신나게 흔들어 재낀다. 왜 이리 아파트 단지에는 과속방지턱들이 즐비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다들 어련히 알아서 천천히 갈 것을. 이게 다 사람들이 유통업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민이 택배차를 한 번이라도 몰아봤다면 전국 각지에서 방지턱을 없애자는 운동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법적으로 첫 자가용은 택배차로 구입하도록 규제를 해야하는데 말이야.”
나도 어이없는 망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운전석 뒤에서 사방으로 튕겨 나가 어딘가 상처가 나 있을 식료품들을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솟아오른다. 분명 퇴근할 때쯤 되면 컴플레인 전화가 하나 둘 걸려올 것이다. 하... 벌써부터 아찔하다. 방지턱만 없었어도 이런 걱정 할 일이 없었을 텐데. 물론, 방지턱이 앞에 있을 때 내가 제대로 감속만 한다면 택배들도 흔들림 없는 여정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사람들은 매일 같이 택배 동선 조회를 해대고, 조금만 늦어도 택배 회사로 전화를 해서 자기 택배 어디 있냐고 소리 지르기 일쑤인데 내가 제때 감속을 할 수 있겠냐고.
“털털털, 털털털”
아이고, 벌써 기름이 한 칸도 안 남았네. 내가 담당하는 차량이 식료품을 싣는 냉동차다보니 기름 소모량도 상당하다. 기름 넣은 지 아직 3일밖에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또 넣어야 한다. 그것도 내 사비로 말이다. 기름값은 본사에서 지원되지 않는 가장 엿 같은 고정비용이다. 한 달에 오십만원 이상의 기름값이 지출되지만 그건 그저 내 지갑에서 흘러나가야 할 당연한 비용이 되었다. 그럴 거면 월급이라도 많이 주지. 사대보험에 기름 값하면 뭐 100만원은 뚝딱이다. 생각보다 높은 연봉에 혹해서 시작한 택배 일이었지만 이렇게 돈에 뒤통수를 맞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주유소가 이렇게 안 나올 지도 상상도 못했다. 아니 무슨 동네에 주유소가 없냐...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물류센터에서 출발할 때 넣고 올 걸 그랬다. 빨리 퇴근하겠다고 괜히 급하게 나왔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택배차를 직접 끌고 가게 생겼네.
“삐-빅, 삐-빅”
의미없이 돌아다니다간 정말 차가 멈출 것 같아서 일단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T맵을 켰다. 다행히 두 블록 지나 우회전하면 바로 GS 주유소가 위치해 있었다. 다행히 차를 끌고 다닐 일은 없겠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업무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피곤한지 모르겠다. 기름이나 넣는 김에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정신을 차려야겠다. 커피 생각이 나던 그때 주유소가 앞에 보였고, 마침 또 주유소 옆에 커피 자판기가 있는 게 눈에 잡혔다. 나이스. 나는 주유소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소심하게 밟던 엑셀에 편안히 발을 올렸다.
“덜컹, 툭. 덜컹! 툭.”
하... 방지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