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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J Jul 01. 2024

이해가 가지 않는 독일 병원의 대처

나의 뇌에서 발견된 작은 덩어리





작년 봄, 4년 만에 들린 한국에서 검진으로 했던 피검사 결과 중 하나의 수치가 좋지 않아서 1주일에 2번씩 1달 정도 약을 복용하고 수치를 다시 정상으로 낮춘 후 독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 6개월이 지난 10월에 독일에서 다시 피검사를 하면서 피를 4통을 채혈했는데 그 결과는 한국에서의 결과보다 훨씬 더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종양이 의심된다고 내게 MRI 소견서를 써주며 MRI 결과가 나온 후에 치료를 시작하자고 했다.





독일에서는 병원 예약뿐만 아니라 MRI 촬영 예약도 늘 밀려 있으므로 그조차도 역시 한국보다 쉽지 않다.


그렇게 꼬박 3개월을 기다려서 올해 1월에 나는 조영제 투여 후 뇌 MRI를 찍었고 촬영에는 20분 정도 걸렸으며 결과는 당일에 금방 나왔는데 병원에서 이미 예상했다시피 결과는 종양이었다.





내가 특별히 몸이 크게 안 좋아서 병원에 간 것도 아니고.. 그저 한국에서 약 먹고 내렸던 수치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병원에 간 거였는데..

나는 아직 젊은데 생기는 원인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뇌종양이라고..?


딱히 눈에 띄는 증상이 없었기에 그 결과가 믿기지도 않고 오진도 의심했지만 오진이라고 하기에는 잘 모르는 내 눈에도 MRI 사진에 정확한 사이즈가 측정이 된 무언가가 보였다.





인터넷으로 여러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시신경에 이상이 있고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나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시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가 아니고 종양 주변도 깨끗하고 또 크기도 아직 그리 크지 않아서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니 이걸 나름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 와중 뇌종양이라는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라니 다행이지만 일단 내 머릿속에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희귀 난치성 종양이라는 자체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MRI 결과가 종양으로 나오고 2월 병원 예약에 검사 결과지를 가져갔더니 쓱 훑어보더니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알겠단다.

그러더니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단다.


딱히 증상이 있는 게 아니면 필요가 없다나?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하며 완강하게 약 처방을 거절하니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병원을 나오기는 했는데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우리나라와는 기준도 치료법도 다르다지만 정상 기준 수치가 정해져 있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고 정상 수치의 3배 정도 나왔는데도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안 해준다라.. 내 상식으로는 이런 대처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변 지인들은 모두 한국에서의 치료를 권하는데 이제 해외 거주자는 더 이상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다가 치료가 얼마나 길어질지도 모르니 그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렇게 2월에 아무런 수확 없는 방문 후 다음 예약을 잡으려니 4개월 뒤라고 한다.


그저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 이러다가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지거나 종양의 크기가 더 커질까 봐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이 되니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굉장히 예민해졌다.





지난 4개월 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다가 며칠 전 의사와의 면담에서 약 처방을 원한다고 강력하게 어필을 했더니 일단 마지막 피검사가 반년도 넘었으니 피검사를 다시 해보고 결과를 보자고 해서 5통 채혈을 하고 왔다.





그리고 그 검사 결과는 아마도 내일쯤 나올 것이다.


월요일에 피검사 결과를 알려주려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병원 측에서 먼저 전화한다고 해놓고 전화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지라 별 기대가 없으니 아마도 내가 먼저 내일모레쯤 전화를 걸어봐야 할 것이다.





좋은 얘기가 아닌지라 쓸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내 공간이니까 그냥 써 보고 싶었는데 언제 또 변심하고 비공개로 돌리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에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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