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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vus Deutschland

안녕

by Michelle J





지난 5월 초에 써뒀던 글을 오랜만에 브런치에 옮겨보기




독일에 사는 9년 내내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내 사람들 하나 없이 정말 지독하게 외로웠으며 심한 향수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쫄보인지라 익스트림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름 자해 아닌 자해도 해보고 안 좋은 생각도 자주 하고 하루 종일 불 꺼진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밥도 안 먹고 허공만 바라보며 멍하니 눈물만 흘리던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집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머리부터 떨어질까 그러면 바로 고통 없이 즉사할 수 있을까 창문 열고 하루에 수십 번도 더 고민한 적도 있었고

정말 재수 없으면 전신마비에 목만 부러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어차피 죽을 거면 남에게 크게 피해와 트라우마를 주지 않는 선에서 좀 더 확실한 방법으로 조용히 죽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이대로 죽으면 우리 부모님 말도 안 통하는데 내 유해를 어떻게 한국으로 가져오지라는 현실적인 고민 때문에 죽지 못해 살면서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꽤 오래전부터 너무 힘들어서 돌아오고 싶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을 거 같아서 그렇게 지금까지 9년을 버텨왔고 이제는 돌이켜 생각해도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이고 아쉬움도 후회도 없을 것이다


그래, 내가 돌아올 곳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돌아오면 따뜻하게 맞아줄 내 사람들이 있는데 안 죽고 살아있기를 참 잘했다


그동안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많이 외로웠지 정말 잘 견뎠어 진짜 고생했어


다음 주에 가서 마지막 정리랑 마무리 잘하고 돌아와서 이제는 내 사람들 옆에서 몸도 마음도 잘 챙기면서 행복해야지





그렇게 나는 9년 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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