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다시 꾸는 꿈

by shannon

만삭때, 출산 전 마지막 몸무게가 75kg. 출산 하면 다 빠진다 해서 맘놓고 먹었거늘. 이게뭐람. 아이 몸무게 4.34kg만 쏙 빠지고 나머지 72.66kg는 오롯이 내게 남았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계속 이렇게 살게되면 어쩌나’ 싶어 덜턱 겁이 났다.


그치만 불행 중 다행으로, 출산 후 입맛이 정말 뚝 - 떨어져 하루 한 끼만 먹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초유 한 달만 겨우 먹이고 분유로 키웠다. 아기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1일 1식 루틴에 들어가 다이어트를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엔 꼭 효소를 챙겨 먹었고, 홈트 영상 따라하며 틈틈히 운동도 하고, 클리닉에 다니며 뱃살 관리 프로그램에도 투자했다.


나도 참 독헌년이지.. 결국 출산 6개월만에 17kg를 감량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해서 cf를 찍었는데, 화면 속의 나는 아직 전처럼 날렵하지않았다. 출산 전 체중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기에, 카메라는 부기와 통통함을 그대로 리얼하게 담아냈다. 그 광고는 내게 일종의 ‘중간 점검’이었고, 그걸 계기로 다시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했다.


그치만 예전과는 신진대사도 다르고, 단순히 안먹고 빼는 다이어트는 요요를 불렀다. 무엇보다 안먹으면 어지러웠다. 힘이 없어 육아가 힘들었다. 잘못된 다이어트는 하면 안되겠다 싶어, 한끼를 먹더라도 영양과 성분을 따지며 하루 칼로리를 정해놓고 어플에 매일 기록하며 건강한 식단으로 소식 했다. 그렇게 출산 1년반 후 즈음이 되어서야 72.66kg 48kg까지 감량해서 출산전 몸무게를 되찾을수 있었다. (물론 이후로 다시 반등은 있다;;)


그치만 살은 뺐어도 광고모델이라는 일은 활동할수록 이미지 소진이 크다보니 직업으로 유지하기가 힘들어, 앞으로 활동을 계속 하려면 연기력이 필요했다. 한창 활동할때도, ‘언젠가 연기를 배워서 배우로 전향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이때다 싶어 연기수업도 받았다. 그치만 아기를 키우다보니 월수금 또는 화목 이런식의 정해진 수업을 따박따박 갈 수는 없었다. 그런 학원식보다는 내 일정에 맞춰 줄 수 있는 개인 선생님이 필요했고, 그런 내 상황을 아는 배우의 소개로 한예종 출신 개인 연기선생님을 소개받아 1:1로 연기를 배웠다. 그렇게 꼬박 1년을 매주 수업받으며 감을 익혔다.


그 노력을 세상이 알아봐준 걸까. 단편영화 오디션에 도전했고, 감사하게도 ‘엄마’역인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첫 작품덕에 이후에도 여러 단편영화에 ‘엄마’역으로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그 덕분에 상업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단역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엄마이기 전에 나도 한 사람으로서, 내 커리어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아 고군분투했는데, 엄마가 되고나니 ‘엄마’역을 표현하는데에 도움이 된것이다. 연기를 배워서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감정표현들을 십분 이해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과 비교하자면 주어진 일에 감사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일을 대하는 결도 좀 달라졌다. 이전보다 깊어진 시선과 경험으로 좀 더 풍요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젠 연기로 삶을 이야기하고, 글로 내 감정을 기록하며 살고싶다. 그렇게 나이들며 남은 인생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연기를 준비하고, 글을 쓴다. 40대가 되어 꾸는 이 꿈이, 내 인생의 진짜 시작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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