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만든 감정의 결

by shannon

연기수업이라는걸 처음 받아본지 1년쯤 되었을때는 변화가 필요했다. 1:1 개인수업 뿐만아니라 그 이후로도 연기학원, 감독님이 운영하시는 스터디 등 다양한 수업을 틈틈히 받았다. 계속해서 배우고 갈고 닦았다. 물론 여전히 지금도 배울수 있는곳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할때보다 배우면 배울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코멘트를 다양하게 듣다보니 연기가 점점 부자연스러워졌다. 자신감도 잃어가는 듯 했다.


연기라는건 다른 사람의 삶도 진짜처럼 표현해내는것인데, 사실 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해도 브라운관에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해야하기에, 연기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선을 가지고 대사를 표현하는 고난이도의 작업이었다. 그 작업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부족한 현실 사이에 많은 괴리감을 느꼈다. 마흔이 다되도록 감정표현 하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어찌보면 이건 연륜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역배우들보면 어릴때부터 감정표현도 잘하고 연기력이 훌륭한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걸보면 타고나는 부분도 큰듯하다.


그렇지만 내게도 아주 중요한 변화는 분명 있었다. 오히려 ‘엄마가 된 이후’ 연기를 배우니 감정의 ‘깊이’는 분명 달랐다. 사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를 돌보는 장면, 아이와 노는 장면들을 촬영할때 아이와의 교류가 어색했다. 엄마의 마음 같은 건 그저 상상 속에서 그려야 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겉모습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보니, 이전엔 상상할 수 없던 감정들이 생겼고 마음에 와닿았다. 아이를 안고 웃는 장면, 걱정하는 장면 등이 이젠 내 일상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연기를 배우면서, 나는 엄마로서의 감정들을 더 정직하게, 더 단단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생각하게 됐다.


‘인생을 더 오래 살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깊이있는 연기만큼은 좀 더 풍부해질 수 있겠구나.’ 중년 배우들의 연기에 담긴 깊이가 남다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연기의 기술과 표현력은 아직 부족해도 ‘엄마가 된 나’, ‘아이가 있는 나’의 지금이 더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양한 선생님들과 함께한 연기수업 시간은 나의 부족함을 알게 해준 동시에, 나만의 장단점을 발견하게 해준 시간이기에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그동안 나는 여러 드라마 단역과, 단편영화 주조연 등으로 출연할 수 있었고, ‘엄마’ 역할로는 주로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동안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준비없이 집에만 머물며 현실에 안주했다면,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의 무모함, 약간의 용기, 그리고 도전. 그것들이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는 말은 진리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도 생각한다.


’뭐라도 하고 있으면, 뭐라도 된다.‘

그러니 시작이 중요하다. 그리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꾸준히 다양한 경험을 쌓는것. 그것이 배우의 숙명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연기수업을 받게 된 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