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훔친 자존감 #13

타인의 불안을 먹으려다 나의 불안을 키우다.

by 문화

수화는 불안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정윤의 맞은편에 앉았다.


"뭐 마실래요?"


"제가 주문할게요."


수화는 일분이라도 대면을 피하기 위해 얼른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주문한 라떼를 받아 들고 다시 정윤의 앞에 앉았다. 정윤이 무슨 얘기를 꺼낼지 노심초사하며 가만히 테이블만 바라보았다. 나의 행동들을 의식하고 있었을까? 그녀에게도 소외감과 불안감을 주고 싶었으면서도 그녀가 눈치챘으면 어떡할까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수화를 떨게 했다.


"수화씨"


"..."


정윤의 표정은 변함없이 편안했고 읽을 수 없었다.


"왜 그래요?"


"네?"


"알잖아요"


"뭘...."


수화는 심장이 조여왔지만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수화씨"

"혹시 우리보다 나중에 입사하고 그래서..지혜씨랑 제가 친해서 소외감 느꼈어요?"


"...."


정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화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알고 있다는 것에 수치심이 올라왔다. 옷에 묻혀 있는 살갗들이 붉어지기 시작한 것을 들키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그녀보다 우위에 서고자 지혜에게 쏟았던 행동들이 비웃음을 사는 것 같아 모멸감이 들었다.


"아니에요?"


"..."


"난 또 지혜씨한테 소외감 느낀다고 한 줄 알았네요"


"..."


수화는 정윤의 말에 미간이 찡그려지며 테이블 쪽으로 몸을 움츠려 기대었다.


"난 회사에서 우리가 서로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혹시 소외감 느꼈나, 제가 불편하게 한 거 있나 해서 얘기하자고 했어요"

"괜히 중간에 낀 지혜씨도 불편해 보이고요"


"...."


"아니면 이거 마시고 가요"


정윤은 커피를 마저 마시며 할 말을 다 한 듯했다. 수화는 커피잔만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렸고, 그녀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수화를 보며 일어날 타이밍을 재는 정윤의 시선이 느껴졌다.


"가요.."


정윤이 손짓하며 수화에게 잘 들어가라는 인사를 건넸다. 가는 그녀를 뒤로 하고 수화도 사무실로 돌아갔다.


'나도 지혜랑 친한데...'

'왜 나만 소외감을 느껴..'


수화는 자리에 앉아 적개심에 사로잡혔고 그 다음에는 분노가 올라왔다. 모니터에 켜둔 엑셀창은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았다.




퇴근길, 정윤이 인사를 한 뒤 떠나고 수화는 지혜와 둘이 걸었다. 수화는 아무 말이 없었다. 지혜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일하며 스트레스받았던 일들로 연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늘 삼겹살 먹고 갈래?"


수화가 지혜의 말이 끝나자 천천히 말을 꺼냈다.


"갑자기?"


"응. 먹고 싶은데.... 과장님이 저기 맛있다고 했잖아..."


지혜가 거절할까 말끝을 흐리며 목소리가 작아졌다. 지혜는 퇴근 후 가끔 그녀와 저녁을 먹기도 하고 술집에 가기도 했었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수화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혜와 가게로 들어선 수화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당연하듯 반주로 맥주를 주문했고, 수화는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구워진 고기는 지혜가 먹기 좋게 잘라 그녀의 접시 위에도 놓아주며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적당히 알딸딸한 기분으로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내일 과장님한테 여기 맛있었다고 얘기하자!"


"음.."


"왜?"


"하지마"


"왜?"


"그냥"

"귀찮아지니까"


"뭐가..."


"...."


"우리도 친한데.."

"우리는 왜 친한 티 내면 안돼.."


"네가, 정윤씨가 질투한다며."


"뭐?"


"나한테 피해가 오잖아!"


"..."


지혜와 갈라지는 동선에서 수화는 여전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지혜는 수화의 양 어깨를 가볍게 잡고 인사를 건넸다.


"내가 잘할게"

"조심히 가고, 내일 봐"


'내가 데려다주고 점심도 같이 먹어주고 고기도 구워주고 다 해줬는데..'





#나르시스트의불안 #플라잉몽키 #러브바밍

인 불안을 먹으려다3 나의 불안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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