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그 주 주말, 수화는 친구들을 만나기 전 미용실로 향했다. 눈에 띄게 는 새치를 염색하기 위해서였다. 새치 염색 정도야 동네 근처 아무데서나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 오다가다 봤던 미용실로 들어갔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미용사 혼자 운영하는 곳이었다. 장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뭍은 리모델링에 힘쓰지 않는 흔한 동네 미용실이었다. 앉아서 티비를 시청하다 수화를 맞이하는 미용사는 자식을 대하는 듯 편한 목소리로 뭘 하러 왔냐는 질문을 했다. 수화는 겉옷을 벗으며 염색을 하러 왔다 대답했다. 미용사는 거울 앞에 놓인 세 자리 중에 가운데 자리로 수화를 안내했다.
"무슨 염색 하려구요?"
"여기 새치가 좀 있어서 염색 좀 하려구요"
"새치?"
"어디?"
"여기.. 여기"
수화는 정수리를 양손으로 헤집으며 미용사에게 설명했다. 수화의 설명에도 미용사의 표정은 의아했다.
"아유~"
"새치가 어디 있다고~"
"그냥 전체 염색 해주세요"
"검정색으루요"
나이 지긋해 보이는 미용사의 젊은 이에 대한 만류로 생각한 수화는 다시 염색을 요구했다. 미용사는 그녀의 단호한 재요구에 말을 아끼고는 염색을 시작했다. 초코브라운끼가 도는 자신의 머리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그렇게 염색을 마친 수화는 바로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새치가 금세 늘어 염색을 하고 왔다는 그녀의 말에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는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늘어나는 지출에 부수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수화의 카드값이 통장에 현금이 남아나질 않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둘 데 없는 마음을 소비에 기대고 있었다. 친구들과 유명 맛집이라는 곳에 들러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 집으로 돌아갔다. 수화는 옷을 갈아입고 주말에 할 만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엄연히 겸직이 금지인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일일 알바 정도는 모르게 할 수 있었다. 그때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고, 문을 열어 상자를 가지고 들어왔다.
다음 주 월요일, 수화는 새로 산 패딩을 입고 출근을 했다. 지혜는 정류장에 서 있는 수화를 보고 말을 걸었다.
"어, 패딩 새로 샀어?"
"응"
수화는 알아봐주는 지혜의 관심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그녀의 주말에 대해 물었다.
"오마카세 맛있었어?"
"아, 응"
"맛있었어"
"으음.."
"압구정에 새로 생긴 데도 있던데"
"거기도 가보고 싶더라"
"나도 먹고 싶다.."
버스 도착과 함께 수화의 작은 목소리가 묻혔고 둘은 버스에 올랐다. 수화의 걸음 속도에 맞춰 회사에 도착한 지혜는 인사를 하며 관리팀 사무실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수화는 지혜가 얘기했던 식당을 검색했다. 마침 이번 주 주말에 예약이 가능했다. 그리고 두 명의 자리를 예약했다. 그리고 영업팀 직원들이 넘겨주고 간 영수증을 정리하며 오전을 보냈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쯤 남겨두고 지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점심 메뉴에 대한 내용이었다. 떡볶이를 시켜 먹자는 말에 지혜가 오늘은 이과장과 정윤이 함께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아...'
'싫은데..'
수화는 속에 있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지혜의 메시지를 읽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 반응을 눈치챈 듯 지혜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 '같이 먹자는데 거절하기도 그렇잖아' '같이 먹자' '내가 있잖아'
수화는 알겠다는 답을 보냈다.
수화는 건물 로비로 먼저 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혜가 앞서 걷고 그 뒤로 이과장과 정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인사를 나눈 후, 이과장과 정윤이 앞서 걷고 지혜가 수화의 옆에서 따라 걸었다. 식당에 들어서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수화는 주눅이 든 듯 가만히 있었고 이과장과 정윤, 지혜가 새해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때 수화의 핸드폰이 밝아지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수화가 신경 쓰였는지 지혜가 수화에게 따로 이모티콘을 보냈다. 수화는 미소 지었다. 그렇게 수화를 안심시킨 점심시간이 지나고 수화는 오후 근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 정윤을 다시 마주하며 수화는 주늑 든 모습을 보였다. 정윤과 헤어진 후, 수화는 지혜에게 다시 밝아진 얼굴로 말을 걸었다.
"이번 주 주말에 그 압구정 오마카세 예약했어!"
"엉?"
"아침에 얘기한 거기"
"주말에?"
"응"
"아....."
"음...;"
"....."
"아.. 아"
"취소할게"
"평일에 먹자"
"응..."
지혜가 선을 그은 것이라는 걸 알아챈 수화는 물러섰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