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 editor Mar 02. 2020

"한강이 제일 서울 같은 느낌이 들어요"-김동규

진짜-서울 바운더리 인터뷰 02 

도쿄의 면적은 2,134㎢로 서울(605㎢)의 4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의 8배, 도쿄의 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도시 중 1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빈 곳 없이 건물과 사람들로 서울은 빽빽이 차 있다. 이런 서울을 사진작가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김동규는 일본에서 건축, 인테리어 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서울, 프랑스, 대만 등을 오가며, 도시를 사진으로 경험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등을 돌아다니며, 도시를 하나의 이미지, 도시의 특성을 피사체로 바라본다. 때로는 관광객의 시선에서, 때로는 건축을 탐구하는 사진작가로서 서울을 인식하고 있었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특히 그의 사진은 정성이 가득하고, 함부로, 허투루 피사체를 찍지 않는다. 그의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kimdonggyu.com/)




동규의 바운더리 맵

진짜-서울 웹사이트에서 지도를 움직이며 관찰해보세요. 
http://jinjja-seoul.com/boundary/person/301






어떻게 일본에서의 삶을 선택하셨나요? 


제가 고등학교 때쯤 일본의 음악이나 드라마가 유행했어요. 뭐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를 일본어로 선택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히라가나나 가타카나만 알면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에 다니면서 전문적으로 일본어를 배웠어요. 그리고 시부야로 한 달 정도 여행을 갔어요. 오롯이 혼자 다녔던 것은 아니고, 단체여행 비슷한 거였어요. 그때 일본에 대해 느낀 게 많았어요. 부산은 그때는 많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시부야를 갔는데, 마치 미래도시에 온 것 같았어요. 부산에서 보지 못한 것들도 많이 보고, 수많은 사람이 스크램블 교차로를 지나가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어요. 특히 문화에 많은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때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부모님은 일본으로 유학 가는 걸 반대하진 않으셨나요?


처음엔 미국이나 일본을 생각하다가, 부모님이 거리가 가까운 일본을 가라고 하셨어요. 고등학생 때 여행을 다녀와 봐서 그런지 일본 유학 자체를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거리가 가깝다는 게 마음이 편했어요. 갔다가 금방 올 수 있는 곳이라 여겼어요. 





사실 일본은 가려면 여권도 챙겨야 하고,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곳이고, 서울은 원하면 언제든지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곳인데, 일본을 가깝게 여겼다는 점이 좀 독특한 것 같아요. 그때 일본을 여행하는 횟수와 서울을 여행하는 횟수 중 어디가 더 많았나요?


일본을 여행하는 횟수가 많았어요. 서울은 사실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어요. 아버지가 화가여서 개인전을 서울에서 하곤 했는데, 그때 서울을 왔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군대 전역하고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서울을 특별한 일 없이 여행으로 간 적은 없어요. 고등학생 때는 서울이랑 부산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복잡한 서울을 간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일본에 와서 사진 일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서울에 자주 가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가본 관광지가 있나요?


사실 지금도 서울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서, 가본 곳이 많지 않아요. 경복궁도 4년 전에 처음으로 같이 일하던 건축가와 갔어요. 그때도 사진 찍으러 갔어요. 



서울에 오면 주로 어떻게 이동하나요? 


주로 택시를 타요. 일본에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가끔 한국에 와서 운전하기도 하는데, 운전대가 반대라 좀 위험하더라고요. 특히 골목길에서 반대로 간 적이 있어요. 라인이 있어도 헷갈리는데, 없으니 더 헷갈렸어요. 




도쿄를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근데 환승하는 곳을 가서 한 번 더 놀랬죠. 환승이 아니라, 거의 한 정거장 걸어가는 길이에, 엄청난 사람. 서울도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다고 하는데, 서울과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서울과 도쿄의 대중교통 시스템 사이에 다른 점이 있나요?


버스는 서울이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일본은 버스 정류장에 작은 표지판만 있어요. 막차 시간과 첫차 시간 정도 표시되어 있죠. 근데 서울은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나, 지금 버스의 위치 등 잘 표시되어 있어요. 그래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죠. 그리고 도쿄는 버스 전용차선이 없어요. 서울처럼 차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버스 전용차선이 없어도 막히지 않아요. 

일본에서 운전할 일이 종종 있는데, 운전할 때 스트레스받는 일이 거의 없어요. 서울에서 운전하면 뭔가 좀 피곤한 느낌이 드는데, 도쿄에선 그렇지 않아요. 아마도 서로 양보하는 마인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도쿄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녀요.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운전할 때 자전거가 엄청 신경 쓰이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조심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도쿄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어요. 서울에는 아직 자전거도로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차도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자전거를 타면 위험한 느낌이 드는데, 도쿄엔 워낙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위험하거나 불편하지 않았어요. 도쿄에서는 차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해서 그런지 자전거를 잘 보호해줘요. 



서울의 곳곳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포인트로 찍은 부분이 대부분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서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 회사(사진작가로 구성된 사진회사)에 들어오면서 서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지, 처음엔 지리도 잘 몰랐어요. 서울을 목적 없이 돌아다니기보다, 촬영 때문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5년 전쯤인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의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하루에 4~5개 매장을 찍어야 했어요. 그때 돌아다니면서 서울의 지리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 리뉴얼된 코엑스를 처음 가 봤어요. 이전에 코엑스를 가본 적이 없어요. 



한강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죠. 이곳은 어떤 기억이 있는 곳인가요? 


한강이 제일 서울 같은 느낌이 들어요.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 때, 한강을 지날 때면, ‘이제 서울에 왔구나’를 느껴요. 한강 주변에 건물과 다리를 건너는 차들이 멋져 보였어요. 노을 지는 모습도 멋지고요. 사실 다른 도쿄나 일본엔 도시 한가운데 한강처럼 큰 강이 없어요. 대부분 작은 개천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웅장함이 없는데, 한강에 웅장하고 멋있는 다리도 많아요. 일본 사람들도 한강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산, 홍대, 용산 등을 선택하셨는데, 특이하게 강남은 하나도 없네요. 이유가 있나요?


사람 많은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도 시부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죠. 고등학교 때 시부야를 본 건 컬처쇼크였어요. 근데 도쿄에 살다 보니, 오히려 시부야를 잘 가지 않아요. 시부야는 여러 전철 노선이 모여 있어서 환승하기가 편한데, 환승을 위해서 걸어야 하는 길이 너무 복잡해요. 일부로 시부야에서 환승하지 않고, 한두 정거장 더 돌아가서 다른 정거장에서 환승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릴 때는 시부야가 미래적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미래도시 같이 보이지 않아요. 다른 나라 대도시에서 받을 수 있는 느낌이에요. 시부야를 웬만해서 가지 않는 것처럼 사진을 촬영하는 일을 제외하고 강남에 갈 일이 별로 없어요. 



서울과 부산, 도쿄 세 도시에 대해 비교가 될까요?


서울은 볼거리가 많은 것 같아요. 부산보다 건물이나 점포 같은 변화도 빨라요. 그래서 신선함이 느껴져요. 그에 반해 도쿄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는 편이에요. 지진의 영향 때문에 외관을 바꾸기보단 유럽처럼 내부를 고쳐서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특이한 점은 도쿄에도 긴자나 시부야에 가면 높은 건물이 많은데, 서울에 더 높은 빌딩이 많은 느낌이에요. 높은 건물을 찍을 때, 멋있다는 느낌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높은 건물을 좋아하진 않아요. 아무리 좋은 카메라가 있어도, 높은 건물은 한 번에 담기 어려워서, 윗부분만 찍거나, 부분만 찍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이 덜 한 것 같아요. 그에 반해 긴자 같은 곳은 테트리스처럼 건물이 잘 어우러져 있어요. 서울과 일본은 성향과 느낌이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서울은 불규칙한 느낌이고, 일본은 정돈된 느낌인 것 같아요. 

그리고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 어느 작은 도시를 가더라도,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어요. 교토는 도시의 분위기에 맞게 간판의 채도를 낮추어서 어느 정도 도시의 색을 맞춰요. 또 작은 도시에 가면 밭이나 논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기도 하죠. 일본은 좀 꼼꼼한 느낌이 들어요. 



유학을 가기 전과 이후의 서울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나요? 


저의 이미지가 달라졌다기보다, 서울 자체에 변화가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 변화가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똑같아지는 것 같아요. 유행에 너무 민감해서 없어지는 것도 많고요. 너무 유행에 민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보존하고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도시만 천천히 유지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진짜-서울을 해보신 소감이 어떤가요?


앞에서 말한 대로, 서울을 그렇게 자세히 알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번 계기를 통해서 서울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어디가 서울의 랜드마크인지, 어떤 장소나 공간이 유행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직 서울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고 사진으로 나타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에디터 공을채 / 일러스트레이터 조아란






about


진짜-서울은 사람들의 서울을 모으고 기록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입니다.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바운더리 맵'은 각자의 서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7개의 마커로 시각화된 나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브런치에 발행되는 '진짜=서울 인터뷰 시리즈'는 바운더리 맵을 만들어 본 분들을 대상으로 지도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다. 각자의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진짜-서울 

웹사이트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세련되지 않은 공간이 저에게 서울이에요"-김보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