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업무 자유도와 권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DRI
2명밖에 없는 작은 디자인 조직이지만, 2022년을 돌아보며 후배와 회고를 진행했다.
갑자기 된 팀장인지라 뚝딱 거리며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새로운 신입 직원을 맞이할 준비와, 그리고 올 해의 업무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우리 팀이 어떤 역할과 성장을 해야 하는지 등.
늘 그렇듯 회고에는 아쉬운 점과 불만들이 나온다. 이 번에 후배에게 들었던 내용은 업무 자유도와 권한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이라 아쉽다는 것.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것.
바쁘다는 이유와 업무 우선순위 이런 것들은 핑계일 것이고,
어떻게 불만을 느끼고 있는 마음을 공감할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 후배에게 정성스러운 글로 나의 조언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글은 독백체가 아닌 후배와 함께 업무 하는 존댓말과 대화체로 작성했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하여, (주)디버의 디자인파트는 디자인팀이 되었고, 저는 갑자기 팀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을 돌아보며 지난주 디자인팀의 첫 회고를 진행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는 프로덕트 디자인을 비롯해서, 그 외 일반그래픽 분야까지 사내의 다양한 디자인을 소화하고 있고, 프로덕트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 직무 분리에 대한 화두를 시작으로 올 해는 디자인팀으로 조직이 개편되었습니다.
지난주, 첫 디자인팀의 회고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 중 하나로 디자인팀의 주간 스터디 시간을 만들었고, 의미 있게 읽었던 “툴, UI, UX, 디자인, 스타트업”에 관한 자유 아티클을 리뷰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첫 스터디의 주제를 고민하다, 지난 회고에서 ‘업무적으로 아쉬운 점’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담당자에 대한 권한과 업무 자유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생각이 났습니다. 아쉬운 점만 이야기하고 끝이 나면 발전이 없으니, 회고에 대한 질문들의 답이 조금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에세이들과 저의 간략한 의견들을 모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해당 에세이를 보면, 디자이너가 성장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로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에 대해 소개합니다. DRI의 문화는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의견 속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토스의 업무방식도 DRI 의사결정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주)디버는 디자이너 한 사람이 DRI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글에 나와 있는 많은 부분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해당 에세이를 읽어보면, DRI 문화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사례 중심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디버의 업무 문화는 수평적인 부분도 많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수직적인 문화에 있습니다. 업무적인 자유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결정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DRI문화는 다릅니다. 자유와 권한 그리고 책임까지도 개인에게 주어지는 만큼 많은 압박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 문화가 나에게 맞는지, 어떤 부분이 우리의 문화에 더 FIT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DRI는 결국은 오너십입니다. 회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입니다. 대표나 C-Level은 가질 수 있지만, 사원이 오너십을 갖고 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거나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글을 보면 “가장 근원적인 욕구를 DRI 형태로 팀원들에게 제공한다면 팀원들은, 엄청난 보상 자체보다도 내가 다니는 곳을 나의 회사라고 느끼며 대표처럼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업무적인 자유도와 권한을 갖고 일하는 문화만으로 직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해당 에세이에서는 DRI의 이상향(오너십)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왜 이 문화가 도입하기 어려운지에 대해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해당 에세이에서 “진정 위대한 조직은, 의사는 수평적으로 하고 결정은 수직적으로 하는 구조에서 탄생합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 (주)디버 PI팀과 디버의 문화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팀원 개개인의 의사소통은 수평적이지만, 의사결정은 업무의 크기에 따라 때로는 디자이너 개인, PM, 팀장, CTO 그리고 나아가 대표가 결정합니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의사결정 권한이 과연 수평적 문화의 이상향일까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결정하는 것이 회사의 문화로 인해 주어진 역할일 수도 혹은 개인의 역량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문화가 수직적이고 업무 자유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수직적인 문화를 바꿀 수 없는 회사라면, 업무적으로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임”을 증명해 나가야 합니다. 분명 처음에는 팀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역량에 대한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다면 설득의 과정은 많이 줄어들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더는 부품처럼 일 하지 않게 될 겁니다. 낙관이지만, 성장하고 소리 내면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함께 성장합시다!
불만이나 아쉬움을 타개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푸념으로 끝나면 그저 불만을 늘어놓은 사람이 된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불만을 건강하게 나누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함께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올 해는 후배와의 스터디를 핑계삼아 주간 연재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