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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힙플레이스들의 시작은 비슷한 과정을 보인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그리고 유명한 랜드마크가 있어서 생기는 경우가 있다. 명동이 그랬고 강남역이, 홍대 입구가 그랬다. 그렇게 생겨난 힙플레이스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새로운 힙플레이스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주원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그다지 기분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연남동이 경리단길이 대표적인 예이다. 근데 오늘 소개한 이 동네는 이 두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동네는 유동인구가 많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냥 평범한 베드타운이다. 특히, 아파트가 아닌 빌라 등 주택들로 가득한 그런 베드타운. 나의 대학동기 중 한 명도 이 동네에 꽤 오래 살았었다. 그렇다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형성되었다고 보기도 조금 애매하다. 물론, 좀 먼 옆 동네에 홍대 상권이 있긴 하지만 이미 말한 대로 '좀 먼' 거리이다. 그나마 이 동네는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개발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랜드마크가 다른 힙플레이스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 랜드마크가 바로 '시장'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 시장의 먹거리들이 방송에 소개되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이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일상이 방송에 소개되고 그 연예인들 역시 이 시장에서 장을 보고 무언가를 먹는 모습들이 노출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세로로 뻗은 이 시장을 중심으로 가로 골목들과 또 그 옆 골목들에 언제나 그렇듯이 특색 있는 F&B들이 오픈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였다. 그렇게 힙플레이스 접미사 '-리단길'을 단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두 군데-나의 기준에- 중 하나가 되었고 지금은 그냥 동네 이름으로 힙플레이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최근에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힙플레이스들이 몇 군데 더 생겼지만 아마도 이 동네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 동네는 이 시장 근처까지 가기 전까지는 그냥 여느 동네와 비슷하다. 이 동네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이 있지만 서울에서 보기 드문 지하철역 출구가 2개뿐인 지하철 역이다. 이를 봐도 이 동네의 유동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지하철역 앞에 왕복 6차선 정도의 대로가 있지만 내가 이 동네를 갈 때 타는 버스는 항상 이 대로 뒤에 왕복 2차선 정도의 이면도로로 이 동네를 통과한다. 마을버스도 아닌 지선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이 것을 봐도 이 동네는 상업지역이라고 보다는 베드타운임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어? 여기고 들어간다고?'라고 하는 길까지 들어간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동네에는 위에서 계속 말한 시장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이 동네와 옆동네인 합정동의 경계라고 볼 수 있는 사거리 한 귀퉁이에 항상 매장 안엔 사람들로 가득하고 매장 밖에 웨이팅 하는 사람들로 또 가득한, 우동, 돈가스 집이 그곳이다. 처음에 이곳은 기사식당으로 유명했었다. 메뉴만 봐도 딱 기사식당에 최적화된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한창 이곳을 갈 때는 24시간 운영을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 어떤지는 모르겠다. 20대 시절 새벽까지 홍대에서 놀고 집에 길에 들러서 우동 한 그릇으로 야식을 즐겼던. 지금은 대단히 유명해져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때도 한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단히 평범한 메뉴에 그냥 우리가 다 아는 그런 맛을 가진 음식인데 그렇게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대박이 나는 집의 이유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명절 연휴에 가면 공항고속도로 혹은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레이싱을 즐긴 슈퍼카들이 이 집 근처에 주차가 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게 단속용 카메라를 피해 스릴을 즐기고 이곳에서 소박하게 돈가스와 우동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참 웃긴 모습이다.
인접한 곳에 다른 힙플레이스가 없어서 고유의 색깔을 여전히 잘 지켜나가고 있는,
그런 동네,
망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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