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센스 2

by 그런남자

먼저 자기고백을 하자면 난 대학을 입학할 당시만 해도 ‘센스’ 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런 남자 사람이었다. 남중, 남고를 나와서? 경상도 출신 부모님의 아들이라서? 그런 모든 핑계를 가져다 자기 위안을 하려 해도 센스가 없었던 것은 온전히 내가 가진 문제(?)였다. 학교를 갈 때도 트레이닝 복을 위아래 한 벌로 입고 가고, 여자 동기들에게도 남자 동기들한테 대하듯 그렇게 막말을 일삼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당시 나의 여자 동기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군 입대를 하고 전역을 할 때쯤 생각이 들었다. 군대 가기 전처럼 하면 나는 학교에서 그냥 그런 복학생이 되겠지?라는 생각. 내가 ‘센스’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그저 그런 복학생’ 이 되기 싫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여자 사람’ 에게 인기 있는 ‘남자 사람’ 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센스 있는 남자’ 가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내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문화적으로 충만한 사람 되기’였다. 정확히 그때부터 영화라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영화만 보던 내가 예술영화, 독립영화, 그리고 유럽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같이 볼 사람도 많이 없어서 주로 혼자 보러 다녔다. 근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리고 생전 가보지도 않았던 전시회들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고 여행을 가도 그 도시에 혹은 그 나라에 가장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뭔지도 모르는 오페라를 보러 갔으며, 클래식 공연을 보다가 졸은 적도 수십 번이다. 그와 동시에 홍대 근처 라이브 클럽에 가서 인디 뮤지션의 공연도 보았다. 이 일련의 활동들은 나 스스로의 문화적 balance를 맞춰보고자 한 것들이었다. Major와 minor, 대중과 인디, 모던과 클래식이라는 두 가지의 문화적 소양들을 스스로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했던 것은 ‘트렌디한 사람이 되기’였다. 지금은 맛있는 혹은 분위기 있는 식당, 카페들을 소개하는 방송, 인터넷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있지만 내가 20대에는 그런 것들이 전무했었다. 그 당시에는-현재도 그렇지만- 저런 식당이나 카페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의 큰 자산 중에 하나였다. 나는 선천적으로 길눈이 밝고 관찰력이 좋은 편이라서 주말 혹은 평일 에도시간이 되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나 스스로 그런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밥집 위주였지만 카페나 혹은 잘 디자인된 건축물까지 그 범위가 확대하였다. 새로운 그리고 잘 만들어진 공간들을 찾아다니고 그 공간에 머물면서 내가 잘 몰랐던 세상에 대해 감탄하기도 하고 종종 경외감마저 느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에게 ‘트렌디함’ 이 점점 축적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똑똑한 사람이 되기’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매년 30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어떤 해는 30권 이상 읽은 해도 있고, 어느 해는 30권을 못 읽은 해도 있다. 하지만 목표 권수를 조정하진 않는다. 주로 읽는 장르는 인문 사회, 철학, 경영, 경제가 주류이며 종종 머리 식히는 차원에서 소설을 읽기도 하지만 그렇게 많이 읽진 않는다. 과학과 예술에 관련된 책도 꾸준히 보고 있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서 얻어지는 지식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유용하게 사용이 된다. 나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의 속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나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대화가 가능하다. 너무 깊이 대화를 하다 보면 나의 지식이 바닥이 나긴 하지만 그건 내가 그 분야의 전공자가 아닌 단지 애호가 정도이기 때문에 나와 대화를 나눈 사람 역시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를 해 주는 편이다.


이외에도 여행도 많이 다니고 다양한 것들도 배우면서 나 스스로를 나의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 왔던 것 같다. 이런 방법을 나 아닌 누구한테도 강요한 적은 없다. 내가 원해서 한 일이고 내가 좋아서 한일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혼자서 미술관에 가서 작품들을 보고 클래식 공연에 혼자 가서 앉아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원래 성격이 남들을 신경 안 쓰는 성격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센스 1도 없는 남자 사람’ 이 ‘센스 있는 남자’가 되기까지의 방법(?)을 소개해 보았다. 어떻게 살건 그건 전적으로 그 사람의 선택이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불편함을 느낀다면 본인의 모습의 변화를 위해 한 번 정도는 노력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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