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Do Something Well
#1. 주말에 할 일이 있어서 bookcafe를 찾았다. laptop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마땅한 자리를 찾고 있는데 딱 봐도 단체석이라고 보이는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엔 한 명이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저 자리에 앉아도 되나요?'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그곳의 직원이 내가 예상하는 대답을 주었다. '단체석이라 개인 사용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주문을 한 후 마땅한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bookcafe에서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조용히 책을 보거나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서 찾는 곳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테이블 양옆의 일행들은 그런 암묵적 합의는 모두 집에 두고 온 사람들처럼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앉은자리를 제외하곤 책을 보기엔 마땅해도 laptop을 두고 일을 하기엔 불편해 보이는 자리뿐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던 중, 단체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 저 자리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단체분들이 혹시 오시면 자리를 비워 주셔야 합니다.' 나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말을 하고 그 자리로 이동을 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그 bookcafe 의 매니저였다. 내가 단체석 사용 유무를 물어봤던 직원이 잊지 않고 매니저에게 문의를 해서 이뤄진 결과였다.
#2. 아는 사람 A는 반려견을 키우다가 사정 때문에 다른 집에 입양을 보내야 할 상황이 생겼다. A는 나에게 혹시 주변에 입양 가능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근데 이런 비슷한 일이 있으면 다 나한테 물어보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나는 주변에 엄청난 애견인 H에게 혹시 가능한 사람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사안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A 역시 나한테만 물어본 건 아닐 꺼고 H 역시 내가 알아봐 달라고만 했지만 자기 하는 일도 바쁜데 그것까지 알아 봐 줄 거라는 생각까진 안 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나 역시 그 사안에 대해서 잊고 있을 때쯤- H가 나에게 연락을 했다. '오빠, 그때 말한 그 아이 사진 더 있어?'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고 있는 동생이 있다고 했다. 난 A에게 연락을 해 보니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기로 했다고 말을 듣고 난 H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최근에 겪은 두 가지 에피소드이다. 이 두 가지 에피소드를 겪고 난 후 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을 잘 한다는 것' 은 이런 것 같다. 자기가 하는 일, 혹은 부탁받은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잘 마무리되게끔 노력하는 것. 굳이 안 해도 누가 크게 뭐라 하지도 않고 나한테 피해가 되지도 않지만 잊지 않고 하는 것. 이게 말은 굉장히 쉽지만 행하는 것은 절대 쉽지가 않다.
그것을 행하는 것에는 자신만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그 bookcafe 의 매니저는 내가 먼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을 계속하게 둔다고 해서 본인한테 혹은 자신의 bookcafe 에 큰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해 줌으로 인해서 나는 그 bookcafe 에 대한 이미지는 좋아지고 다시금 찾게 된다. 그런 일이 없다고 한들 가야 할 일이 있으면 가겠지만 다른 옵션들을 충분히 고려해 볼 것이다. 그러나 한번 저런 배려를 받고 나면 큰 생각 없이 바로 그 bookcafe를 방문할 것이고 누군가 나에게 bookcafe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그곳을 추천할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H 역시 그러하다. 워낙 강아지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한번 말한 것은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서 계속 잔소리할 것을 알아서 적극적으로 알아봐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의 H가 무언가를 하는 것을 지켜본 바로는 무엇을 하던 자신만의 주인의식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H가 어떤 고민거리를 말할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좀 더 감정이입을 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이 막말이긴 하지만. 그것이 무언가를 잘 하는 사람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주인의식의 전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