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억지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혼인율과 출산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매체들은 내 주변 사람들은 조사대상이 아닌지 내 주변 대부분은 모두 결혼을 했으며 출산을 안 한 경우도 한두 명 정도이다. 물론 나의 좁은 인간관계로 인해 '내 주변'이라고 하는 표본의 수가 극히 적다는 건 인정하고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엔 다들 결혼을 했으며 자녀들도 1명 이상은 모두 있다. 하지만 매체에 저런 내용들이 계속 보도가 된다는 것은 실제로도 그러하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가짜 뉴스들도 많은 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말이다. 일전에 '연애'와 관련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연애는 필수이지만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출산 역시 부부의 두 명의 오롯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사안에 대해서 주변에서 이러쿵 저렇쿵 이야기를 하는 건 무례하다고 여긴다. 그 주변이 가족일지라도. 그 선택 사항 중 오늘은 결혼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고자 한다. 특히 소위 '비혼 주의'라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과거에는 '독신'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비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둘의 차이점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암튼, '독신'을 선언한 사람은 말 그대로 결혼도 안 할뿐더러 혼자서 살겠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비혼'은 결혼은 안 하지만 다른 이성과 함께 살 수는 있다는 의미이다. 동거이던 아니면 진정 룸메이트로만. 오늘은 '독신'과 '비혼'을 따로 생각해 보진 않겠다. 그리고 '자발적 비혼'과 '타발적 비혼'도 따로 나눠서 생각하진 않겠다. 그냥 하나로 뭉뚱그려서 왜 '비혼'을 선언한 사람들은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겠다.
#1. 결혼 상대자로 매력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매력은 '이성적인 매력'만은 아니다. 명확하게 '결혼 상대자'로의 매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모적인 매력의 떨어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성의 외모적인 매력이 떨어지면 결혼 상대자로의 매력이 떨어질 순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항상 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냥 연애를 하는 거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결혼' 은 엄연히 '연애'와 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에. 그런 면에서 동거는 난 연애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누구든 이상형이 있듯이 결혼 상대자에 대한 이상형도 있게 마련이다. 모 조사에 보니 외모에서부터 직업, 학력, 현재 자산 정도 등등의 지표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지표상으로만 보면 난 크게 뛰어나던가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결혼을 못했을 수도 ㅎ. 심지어 결혼정보회사에선 부모의 재산정도까지도 본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을 봤을 때 결혼 상대자로서 상대 이성에게 매력이 없는 것이다. 흔히들 연애는 괜찮은데 결혼은 약간?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결혼 상대자로는 매력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비혼을 선언한다면 이는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타발적인 경우일 것이다.
#2.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이건 순전히 자발적인 이유이다. 말 그대로 하고 실은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일 적인 부분의 욕심일 수도 있고, 배움에 대한 욕심일 수도 있고, 혹은 자아실현에 대한 욕심일 수도 있고. 내 주변엔 결혼은 했지만 위의 언급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이유로 출산을 하지 않는 부부도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냥 혼자서 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것을 선택한 것뿐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그것이 혹시 무언가 달성 가능한 일이라면 그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달성했을 때 그 무엇보다 좋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데 제약이 생기게 마련이다. 거기에 출산까지 하게 된다면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편 혹은 아내와 서로 분담하면서 잘해 나갈 수 있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 나가는 부부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에서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부부끼리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시도해 보고 싶지 않은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별수 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오롯이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혼자서.
#3. 현재가 충분히 만족스럽다.
몇 해 전 한 커피집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결혼을 할 생각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서 말하는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삶'에는 꽤나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나 크게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을 기준으로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취미 생활들-운동 및 1년에 한두 번 정도의 해외여행 등- 을 포함하여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있으며 그 차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 및 기타 여러 가지 경제적인 부분이 그 첫 번째요, 그것들을 유지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시간적인 부분이 그 두 번째 일 것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않은 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결혼을 할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내가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결혼을 못할 가능성이 높겠구나'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였다. 현재의 본인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걸 해서 본인의 삶의 만족도를 낮출 필요는 없으니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인다.
결혼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오롯이 그 당사자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부모세대에선-나의 부모님을 포함하여-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또한 여전히 명절마다 듣기 싫은 잔소리에 '결혼 언제 할 거냐?'라는 말은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거 보면 그분들에겐 여전히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걱정이 자식을 오롯이 걱정하는 마음이 아닌 자식을 결혼시키는 것이 본인들이 꼭 마무리 지어야 하는 미션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기보다는 말이다. 또한 본인의 자식이 결혼을 선택했고 상대자를 선택했다고 해도 본인이 못마땅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분들에겐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아는 형이 오랫동안 연애를 하던 내 동기와 집안의 반대-정확하겐 그 형의 어머님의 반대-로 결국엔 헤어짐을 선택하였다. 그 일이 있었던지도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그 형은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부모님을 뵙지 않는다. 그 형이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뵙고 했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 말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머님은 원하는 며느리를 못 얻고 아들도 잃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