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억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서울에서 운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부산에서 운전하는 게 훨씬 어렵다고는 하지만 직접 경험이 없어서 직접 비교는 불가능할 것 같다. 서울에는 정말 차가 많다.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일반 자가용 차량까지 불필요하게 많다. 그리고 아무 곳에나 정차하거나 주차되어 있는 택시나 비상 깜빡이만 켜면 어디든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버스까지 속된 말로 서울의 도로는 아수라장이다. 그런 서울에서 난 지금 현재는 운전을 하고 있진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차가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아마도 차를 구입할 일도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없을 것 같다.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지 않고 난 주로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의-운전자들-의 행태를 자주 관찰하곤 한다. 그중에서 가장 이해 안 되고 특이한 행동 중에 하나가 앞차 혹은 옆 차가 운행에 방해가 되는 행동-운전 미숙인 경우도 있고 운전 중 부주의일 수도 있고-을 했을 경우 사정없이 경적을 울리고 해당 차량 옆을 지나갈 때 꼭 그 차량의 운전자를 쳐다본다는 것이다. 특히, 버스를 타고 다니면 그런 버스 기사의 행태를 자주 목격한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찌질해 보이는 행동 중에 하나이다. 그렇게 보고 무언가 그 이후의 행동을 하는 것도 없다. 그냥 혼자서 욕을 하거나 혹은 상대방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서 창문을 연 상태에서 언쟁이 있는 정도. 절대 내려서 소위 말하는 '현피'를 하거나 하진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직접 운전을 할 때 몇 번 그런 운전자를 쳐다본 경험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몇몇은 뜨끔하실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자분들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남자들이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운전 중에 무언가 운행 중 방해되는 행동을 한 운전자를 쳐다보는 행동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1. 단순히 궁금해서이다.
운전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많은지 아닌지, 핸드폰을 보다가 늦게 혹은 차선을 침범했는지 등등 그냥 내가 운전하는데 피해(?)를 준 행동-솔직히 피해라고 하기에도 뭐하긴 하다-을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며 누구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그런 걸 확인한다고 해서 뭐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혹여나 몰상식한 운전자의 경우 여성운전자이면, 나이가 좀 있는 운전자이면 더 욕을 할 수도 있다. 정말이지 찌질한 행동의 끝판왕이지만. 혹은 그런 경우에 더 이해하는 경우도 있겠다. 난 거의 본 적은 없지만. 또한 여성 운전자가 남자보다 운전을 못한다고 하는 말에 난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남자보다 훨씬 운전을 잘하는 여성들을 몇몇 알고 있기에. 나이 드신 분들은 충분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운전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암튼, 그리고 핸드폰 조작을 하면서 운전 중이라면 그건 욕을 해도 무방하다. 아니 그건 욕을 해도 되고 그 당사자는 욕을 먹어도 되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단순히 운행을 방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이기에.
#2.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작은 분풀이이다.
이건 어쩌면 자가 운전자들보다는 대중교통 운전자들에게 더 해당되는 것일 수 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도로 위가 일터인 셈이다. 그냥 일반 사무직 직장인들이 사무실이 일터인 것처럼. 그냥 단순히 생각해 보자. 일반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가 일을 하면서 내가 하는 일에 방해를 하거나 지체되게 만드는 상사 혹은 부하직원들이 있게 마련이다. 난 잘해서 넘겼는데 위에서 일을 그릇 친다던지, 혹은 부하직원이 내가 원하는 바 대로 일을 처리 못했다던지. 그럼 우리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직장 내 친한 동료에게 카톡 혹은 업무용 메신저의 개인 톡으로 엄청난 양의 욕을 한 거나 남친 혹은 여친에게 퇴근 후 같은 양의 욕을 할 것이다. 딱히 일을 그릇 친 사람을 쳐다볼 필요도 없다. 누군지 알고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어디론가 누군가를 이동시켜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근데 내 앞에 차량이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걸 승객과 함께 욕을 하면서 풀 수는 없는 상황이다. 종종 난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그런 차량이 있는 경우 조금은 큰소리로 욕을 한곤 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운전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분풀이는 그 상대방을 째려보면서(?) 어필하는 정도 수준. 창문 혹은 앞문을 열고 큰소리로 욕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아가면서. 우리네 직장인들이 일 못하는 그 당사자에게 대 놓고 욕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3. 운전자라서 그렇다
한국의 운전자들의 운전 성향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이라고 생각되는 말이 있다. 꽤 오래전에 본 문구인데 아직 까지 이 문구보다 더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차를 가지고 나오면서 인격은 주차장에 두고 나온다.'
조금은 과장된 말 일수도 있지만 전혀 공감 못할 말은 아니다. 특히나 운전을 하고 있는 누구나라면. 적어도 '난 그렇지 않아'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저 문구를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본인이 아는 누군가는 운전을 인격이 없는 것처럼 하기 때문에. 운전을 하면서 본인의 운전을 방해하는 다른 차량의 운전자를 쳐다보는 행위는 단순히 운전자라서 그렇다. 본인이 조수석에 앉아 있거나 뒷자리에 앉아 있다면 신경도 안쓸 일을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뿐이다.
난 운전을 잘하는 편이다. 운전 실력이 좋다기보다는 타고난 위치감각과 어린 시절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에도-비록 차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서울에선 네비 없이 운전이 가능하다. 내가 어디를 가던 상관없이. 그렇다 보니 도로 위에서 불필요한 버벅거림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본 사람들은 운전을 잘하는 거처럼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는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한동안 운전면허시험이 쉬워지면서 더욱더 많아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난 그 주장에 절반만 동의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쉬워지기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우리 아버지는 예나 지금이나 운전을 잘 못하시기 때문에. 도로 위에선 누구나 바쁘게 마련이다. 꼭 바쁘진 않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길 원한다. 평일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가 서울에만 20여 년을 운전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서울은 항상 밀린다. 강북이던 강남이던 가리지 않고. 그냥 덜 밀리고 더 밀리고의 차이만 존재할 뿐. 그래서 '차가 밀려서 늦었다.'라는 변명보다 더 어이없는 변명은 적어도 서울에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차피 밀릴 도로라면 서로가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다니면 안 될까? 안타깝게도 안될 것 같다. 그리고 계속 나의 운행을 방해하는 차량의 운전자를 노려보면서 본인과 본인 차에 탄 사람만 들리는,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입모양 정도만 판단이 가능한 욕을 계속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