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번째 억지
한국은, 특히 서울은 배달음식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치킨, 피자, 중국음식 정도가 배달음식의 전부라고 했다면 지금은 배달이 안 되는 음식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그 메뉴 또한 다양해졌다. 그리고 배달을 전화로 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배달앱으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배달로 주문을 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그에 발맞춰서 배달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들이 여럿 등장하였고 배달만 하는-홀이 따로 없는- 점포마저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직업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배달을 하는 사람마저 등장하면서 음식 배달 산업의 발달이 여러 다른 긍정적인 효과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들도 발생하고 있지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게 마련이니. 그런 결과 10년 만에 가장 초창기에 설립된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은 거액의 금액에 외국 배달 서비스 회사에 인수 되게 되었다.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배달은 더욱 성행을 하여 거의 유일무이하게 성장한 산업이 배달업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배달 주문수가 폭증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시대를 살면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고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내 주변에도 나를 포함해서 극히 소수만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시대에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지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럼 배달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이 시대에 그들은 배달앱을 왜 사용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 어찌 보면 오늘 글은 지극히 자기 고백적인 글이 될 수 있어서 최대한 개인적인 이유는 배제하도록 노력해 보겠다. 내가 배달을 안 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라서.
#1. 배달 음식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배달 음식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대부분 배달로 먹는 음식들이 영양적인 부분에 있어서 대단히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래도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이 있다. 아니면 사람들이 주로 그런 음식들만 배달시켜 먹는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결과적으로 배달시켜서 먹는 음식들이 집에서 해 먹는 음식에 비해서 균형 있고 건강한 식단은 아닌 것은 맞는 것 같다. 어떠한 이유에서 배달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지는 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집에서 부모 혹은 조부모들에게 배달 음식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배달 음식은 위생적이지 않고 영양도 엉망인 불량식품이라는 이야기를 줄곧 들으면서 자라왔다. 지금은 물론 위생적인 부분에선 대부분 개선이 되었지만 영양상태는 여전히 의문이긴 하다. 또한 개인적인 이유에서-대부분은 다이어트 때문이겠지만-배달 음식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굳이 본인의 폰에 배달앱을 설치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사용하지 않는 앱들은 다 지우고 있는 마당에 굳이 사용하지도 않을 앱을 폰에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일 때문에 앱 자체를 분석해 보기 위해서 설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2. 배달 자체를 안 시켜 먹는다.
이 경우가 나의 경우이긴 하다. 난 배달 자체를 안 시켜 먹는다. 그렇다고 소위 '배달 음식'이라고 말하는 음식들을 위의 이유 등 때문에 안 먹는 건 아니다. 다만 '배달'을 안 시킬 뿐이다. 그렇다. 난 배달 대신 그냥 매장에 전화 혹은 요즘엔 각 브랜드의 홈페이지에서 '포장 주문'을 해서 내가 집에 가는 길에 직접 가지고 가거나 혹은 집에 있다가 가지러 나오는 편이다. 다행히 집 근처에 웬만한 프랜차이즈 매장은 모두 있어서-걸어서 5분 거리 안에-집에 가는 시간을 맞춰서 포장해 달라고 하거나 집에 있다가도 가지러 나오는 편이다. 누군가가-특히, 배달앱 헤비유저-보기에는 이해가 안 갈 행동이기도 하다. 특히, 집에 있다가 가지러 나온다는 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근데 배달 팁까지 줘 가면서 배달을 시켜야 할 이유가 난 전혀 없다. 심지어 포장 주문을 하면 가격을 할인해 주는 곳들도 여럿 있다. 그렇다면 배달 팁도 지불 안 하고 할인도 해 주니 이중 할인인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난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귀찮음' dna 가 없어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배달 자체를 안 시켜 먹기 때문에 배달앱은 어느 하나도 내 폰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 최근에 친동생이 배달 전문 스토어를 오픈해서 그곳을 '찜'해 주기 위해 설치한 정도. 그것마저 그거만 해 주고 삭제했다.
#3. 배달앱이 만들어 내는 피해에 민감하다.
소위 '배달 문화' 혹은 '배달 산업'이 만들어내는 피해들이 꽤나 많이 있다. 일회용품의 과다 사용-이건 요즘 배송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니-배달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배달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미스러운 일들, 그리고 배달앱이 도입되면서 발생하는 소상공인들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 등 산업이 커지면서 그에 상응하게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이런 사안들의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배달음식은 물론 배달앱도 사용 안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피 소비를 하지 않고 환경 보호자들이 전기차등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그 수는 대단히 작긴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보인다. 나 역시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중 하나는 직접적으로 경험했기에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는다.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그에 상응하게 긍정적인 부분-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이 있지만 어떤 사안이든 '명'이 있으면 '암'이 있게 마련이니.
외국인들이 서울에 살면서 항상 최고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배달'이다. 그만큼 배달은 서울을 상징하는 하나의 특징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배달과 그에 따른 산업들이 성행을 하면서 여러 산업들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회용기가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작용으로 작용하지만 일회용기를 생산하는 업체의 입장에선 본인들의 매출이 올라가는 순작용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달앱의 독과점을 막는다는 이유로 정부 주도의 공공 배달앱을 만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나는 그리고 현재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언제까지 미사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일단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는 아마도 여자 친구 혹은 아내가 사용하라고 하기 전까지는 사용 안 할 예정이다. 어린 시절 그 기억이 너무도 슬펐고 강렬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