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번째 억지
악플러,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도입되고, 보급되고, 보편화되면서 탄생한 신조어 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 어떤 기사 혹은 사진에 대해 욕을 넘어 도가 지나치는 언급 즉,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들어서는 악플러의 악플 수준이 도를 넘어서 악플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대부분은 연예인들, 그리고 최근엔 운동선수들 까지-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금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다시금 '표현의 자유'를 위배한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잠잠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는 대형 포털에서 연예/스포츠 관련 기사 및 이미지에 댓글 기능을 없애 버리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영상에는 댓글을 달 수 있으며 포털뿐만 아니라 연예인들, 그리고 운동선수들의 개인 sns 계정에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고 그런 말들을 듣는 사람들은 괴로워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혹자들은 안 보면 되지 않나? 그냥 무시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을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간단하게 회사에서 혹은 학교에서 누군가가 내 욕을 뒤에서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근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리고 내가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는 누군가가 익명성에 기대어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마음대로 떠든다면-여기선 '말한다'라는 표현보다는 '떠든다'가 더 맞을 듯-그렇게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악플에 괴롭힘을 당하던 피해자들이 악플러들을 선처 없이 고소하고 처벌을 해 나가면서 악플러들의 지질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악플을 달 때의 당당함은 온 데 간데없고 벌금 내면 본인은 죽는다는 둥의 온갖 엄살(?)을 피우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이런 악플러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겠다. 그들은 왜 악플을 다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억지로.
#1. 진짜 싫어한다.
우리네 삶을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좋을 순 없다. 나 역시 다른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 일 수는 없다. 이처럼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어찌 보면 인간의 당연한 감정 일 것이다. 그렇기에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를 험담하고 괴롭히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다. TV에 나오는 사람들-편하게 앞으론 '연예인'이라고 칭하겠다- 역시 모든 이들이 좋아할 순 없다. 국민 MC라고 불리고 안티가 거의 없기로 유명한 연예인 역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근데 그런 내가 싫어하는 연예인이 자꾸 TV에서 보이고 인터넷 포털에서 그 사람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그 사람들의 직업이니까. 보기 싫은데도 자꾸 내 눈에 띈다. 그럼 그런 기사, 사진, 혹은 그 사람의 개인 sns에 본인이 싫어한다는 표시를 내고 싶어 진다. 그 사람이 볼 지 안 볼지는 모르지만 난 그렇게 나의 의견을 표출하고 싶은 것이다. 지극히 지질하고 미숙하고 치기 어린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서는 익명성이라는 특성을 등에 업은 체 더욱 과감하고 자극적으로 욕을 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그런 말을 쓰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너무도 큰 피해를 주고 더군다나 익명성 뒤에 숨어서 그 방법이 졸렬하다면 그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 맞다.
#2. 화가 많고 온라인에선 안 참아도 된다.
최근에 '화가 많은 사회'라는 말이 종종 나오고 있다. 본인 맘대로 되는 것도 없고, 노력한다고 해서 뭔가 나오지 질 것 같은 생각마저 들지 않다 보면 점점 스트레스는 쌓이게 된다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어딘가에 분출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스트레스를 모두 분출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잘 풀면서-솔직히 잘 풀면서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살아가고 있다. 현실에선 여러 가지 제약사항 때문에 참고 살지만 그것이 온라인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일단 제약 사항이 대단히 약해진다. 그리고 처벌 역시 있긴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하는 것에 비해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서 사람들은 본인들의 화를 온라인 상에선 안 참는 것이다. '못 참는 것' 이 아닌 '안 참는 것'이 좀 더 맞는 표현 일 것 같다. 여러 가지 특히, 처벌에 대한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처벌이 두려워 참던 것을 안 참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맥락도 없고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게 본인의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칼 보다 더 날카로운 글로써.
#3. 그냥 아무 이유가 없다.
어찌 보면 그나마 다행 일 수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욕을 한다는 건. 어떤 이유가 있어서 혹은 악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오해 없으시길.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악플뿐만 아니라 댓글을 다는 행위 자체가 대단히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굳이 해당 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야 한다. 혹시 낮은 확률이지만 해당 사이트에 회원가입이 되어 있지 않으면 회원 가입도 해야 한다. 그리고 꽤 높은 확률로 회원가입이 되어 있다고 해도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 모든 사항에 해당되는 사람이 악플을 달았다면 그 사람은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상황이면 댓글 다는 걸 포기한다. 왜냐면 굳이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기사나 사진을 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미 로그인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그리고 댓글들을 보다가 본인도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한번 댓글을 다는 것이다. 근데 그게 악플인 경우가 있는 것이고. 그날 회사에서 엄청 혼이 났다던지, 여자 친구에게 엄청 욕을 먹었던지, 아니면 집에서 잔소리를 들었던지. 그날 그냥 기분이 나쁜 날인데 어딘가에 화풀이하는 심정으로 그냥 다는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어떤 이유도 없다.
내가 최근에 본 댓글 중에 가장 어이없었던 댓글이 하나 있다. 악플은 아니었고 그냥 비아냥 거리는 수준의 댓글이었다. 한 영상에 달린 댓글이었고 그 영상 내용은 대충 학창 시절에 전교 1등을 해봤던 연예인들이 나와서 본인의 학창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영상에 한 댓글이 나를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전교 1등 해본 거 말곤 별거 없네'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내용의 댓글이었다. 물론, 그 영상에 등장한 연예인들이 연예인으로서 톱클래스 급은 아니었다. 그냥 누군지는 알지만 그렇다고 유명하진 않은 혹자들은 모를 수도 있는 연예인들이었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전교 1등'이 과연 '별거 없다'와 같이 사용될 수 있는 주어일까? 물론, 그 댓글을 단 사람이 전교 1등을 따놓고 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절대 그럴 리 없다. 왜냐하면 전교 1등을 해 본 사람들은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고 다른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내가 관찰해본 전교 1등들은 그랬다. 이처럼 말이 쉬우니 말로만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시간에도 본인의 열정을 악플을 다는데 쏟고 있는 한심한 영혼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악플을 달면서 어떤 행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자유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님을 스스로 인지하고 그 행위를 그만 하길 바란다. 똑같은 수준의 욕을 당신의 면전에서 했을 때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