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세 번째 억지
참 꾸준히 잊어 질만 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뉴스이자 사람이다. 갑질을 하는 사람, 오늘은 줄여서 '갑질러'라고 표현하도록 하겠다. 언젠가 부터 비즈니스 용어로 사용되던 '갑'과 '을' 혹은 '병'이 일상생활에까지 사용되어지기 시작했다. 흔히들 비즈니스에선 돈을 지불하고 일 혹은 프로젝트를 맡기는 쪽을 '갑', 비용을 받고 맡겨진 일을 하는 쪽을 '을'이라고 부른다. 회사가 크다고 해서 항상 '갑'은 아니다. 항상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 혹은 조직도 있긴 하지만 상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갑'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을'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하는 부당하고 몰상식적이며 무례한 행동들을 퉁쳐서 '갑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갑질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거나, 가진 것이 상대적으로 많던가, 혹은 둘 다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닌 경우도 어이없게 있지만. 암튼 이런 이야기가 너무도 정기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누군가가 스케줄을 잡아두고 언론에 노출하는 것 마냥. 기업의 회장이나 그 가족들이거나 잘 나가는 연예인이거나 혹은 그냥 소위 VIP라고 칭해지는 누군가이거나. 이번에는 한 걸그룹의 멤버의 갑질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그로 인해 그 멤버뿐만 아니라 그 걸그룹의 연예계 퇴출 여부까지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스타일리스트의 폭로가 추가적인 폭로로 이어졌고 결국 해당 멤버는 모든 걸 인정하고 사과의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예인들에겐 대단히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은 여러 매체에서 그 멤버와 그 걸그룹을 보긴 어려울 듯하다. 혹은 그 멤버 없이 활동을 하거나 개별 활동을 하는 정도.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그 사건이 잊혀질 시점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큰 사과와 함께 다시 활동을 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꽤 많은 갑질의 사례들이 지금도 발생되고 있을 수 있다. 그럼 오늘은 이런 갑질러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겠다. 왜 이들은 갑질을 하는지.
#1.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본 글귀 중 가장 와 닿는 것 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 상대방의 호의를 계속적으로 받다 보면 상대방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게 본인의 권리인 줄 착각하게 된다.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성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갑질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갑질러가 있으면 무조건 그 반대편엔 피해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 피해자들은 어떠한 이유에서 갑질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잘 보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게 마련이다. 이번 걸그룹 멤버 갑질처럼 그 갑질의 피해자는 스타일리스트였으니 말이다. 그 둘의 관계가 전형적인 갑질러와 피해자의 구도라고 볼 수 있다. 한쪽은 무조건적으로 무언가를 제공해야 하고 반대쪽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하지만 본인이 맘에 안 들게 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교체할 수 있는, 그렇게 되면 그 상대는 또 특별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런 관계. 그렇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는 서비스 현장에서 이런 만행들이 자주 등장하게 된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등.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서비스 업에 종사하다 보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당연한 업무이다. 그리고 손님은 물건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갑질러들은 갑질을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인 건지 그런 현장에서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마치 큰일을 당한 거처럼 불같이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심하면 상대에게 상해를 입히기도 한다. 과연 이런 갑질러들이 건장한 남자 직원에게도 그럴까? 난 99% 확률로 아닐 거라고 본다. 그들은 본인들이 갑질을 해도 되는 대상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능력들이 있으니.
#2. 잘못 배웠다.
난 어릴 땐 '가정교육' 이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고 살았었다. 괜히 어른들이 말하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네 아니네?라는 말에 이유 없는 반항심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어른들이 하라고 하는 데로 고분고분 잘 따라 하는 것이 즉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가정교육'이라는 것의 중요성과 무게감을 새삼 깨닫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행동들을 보면서 그 사람의 '가정교육'의 잘 받음 여부를 판단하게 되었고 그것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걸 느끼면서 살고 있다. 실제로 그네들의 가정교육이 어땠는지 알 길은 없지만 말이다. 이처럼 갑질러들이 하는 행동들을 어떻게 하는 걸까? 그런 행동들을 스스로 창조해내서 하는 극히 드문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다. 위에서는 가정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꼭 집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배워서 따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도 되는 상황을 몇 번 격고 나면 위에 말한 대로 자기의 권리인 줄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3. 자존감이 낮다.
난 이런 행동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병이 있다고 치부하고 이런 병에 원인을 자존감이 낮아서 발생한다고 무조건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와 비슷한 결론을 내린다. 안 좋은 습관일 수도 있고 편협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경험해본 사람들 중 이와 비슷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니 모두 자존감이 낮았다. 내 주변에 이상한 연애를 하는 남자 사람이 하나 있다. 그 사람과 연애를 하는 여자 사람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네가 뭔데 사람을 그렇게 판단하느냐고 하지만 그 이유를 들으면 바로 수긍하곤 한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이 전형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헤어져'라는 말을 무기로 본인의 남자 친구에게 일종의 갑질을 한다. 연에도 갑을관계가 있다는 게 조금은 서글픈 일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커플들이 꽤나 있다. 암튼 이런 갑질러들은 다른 사람을 하대함으로써 본인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자존감이란 스스로 유지하고 드러내야 하는데 말이다. 본인이 자존감이 대단히 낮기 때문에 외부에서 혹은 다른 누군가를 낮춰서 본인을 유지 혹은 올리려는 대단히 못된 습성이다. 근데 안타깝게도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어디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점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대부분의 갑질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선 당한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와 충격을 받았는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그냥 우리네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이유 모를 폭언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아니 학교 혹은 회사에서 선생 혹은 상사에게 좀 심할 정도로 혼이 나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진정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곤 하루 종일 그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게 된다. 근데 종종 영상으로 공개되는 갑질러들의 행태를 보면 달리 할 말이 없다. 가만히 보면 본인들의 행동을 본인들 조차 제어를 하지 못해서 폭주하고 있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갑질러들의 행태들이 정기적으로-정말 이 표현이 딱인 거 같다- 끊이지 않고 나오는 걸로 봐서는 현대 사회가 정말 화가 많아졌거나 혹은 처벌이 너무도 보잘것없어서 본인들의 행동을 제어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