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침묵을 견딜 수 없어
오늘도 폰 화면이 수 차례 불빛을 내며 나를 불렀다.
다음과 같은 이름으로,
기상 알람. 하루의 문을 여는 익숙한 소리.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들의 광고성 메시지, 그리고 진짜 친구들이 보낸 연락들. 노란 아이콘에 붙은 빨간 숫자는 세상에서 제일 궁금한 숫자다.
새 메일.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고, 급해 보이지만 아주 급하지도 않을 소식들. 그래도 무슨 내용인지 제목이라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물 마시기 알람. 물 일정량 마시기를 결심한 이후 함께 하고 있다. 어느덧 나의 건강지킴이이자 동반자.
브런치. 내 콘텐츠에 대한 혹은 내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이 새로 게시되었다는 알람.
인스타그램. 난 안 해도 남의 얘기들은 궁금해서 켜 놓은 알람. 타인의 일상을 힐끗 보는 Refreshing의 시간.
카드결제 알림. 모름지기 경제적 사안에는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법.
내 몸은 자꾸 울리는 알람들을 일상적인 배경음으로 안고 산다. 배터리가 바닥을 보이면 불안이 급습하거나 한동안 너무 조용하면 의미 없이 홈버튼을 눌러보게 되는 것도, 들려오지 않는 배경음이 낯설기 때문은 아닐까. 진짜 시급한 메일이 예정되어 있지 않아도, 물 마시라는 알람 없이도 잘 마시는 습관이 형성됐어도, 짝사랑하는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하는 게 아닌데도 알람을 끄지 않는 이유 말이다. 내 작은 기기의 조잘거림에 너무 익숙해져서 침묵을 참는 것은 상당한 인내력을 요하는 일이 되었다. 애인 사이처럼, 이 녀석과의 침묵은 참 불안하고 쓸쓸하다.
먼 미래엔 휴대폰이 생체에 이식된다던데, 느낌상으론 딱히 새로울 일도 아닐 것 같다. 이미 우리는 서로의 생활리듬을 공유하는 일심동체나 다름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