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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따비 Mar 20. 2017

07. 영상시대의 글쟁이

브런치 - 글쓰기를 응원하는 공간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꼭 한 번씩 묻고 싶은 질문.

당신은 왜 글을 쓰나요?



# 내가 글 쓰는 이유


내 경우를 밝히자면 글쓰기를 향한 순수한 욕심은 아니었다. 글 한 편을 꽤 잘 완성하고 나면 희열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강력한 동력은 되지 못했다. 표현하고 싶은 바가 문장으로 잘 쓰이면 문득 '이게 글 쓰는 맛이구나'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보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깨닫는 순간들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었다. 이전 블로그를 운영할 때도 글 위주의 포스팅을 했고 한때는 무려 글로 말하는 사람, 비평가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도 글이 내게 전부가 될 수는 없을 거라고 여겼다. 그저 글은 딱히 특출 날 것 없는 내가 다른 어떤 것에 비해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도구였다. 잘 하진 못해도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완성은 할 수 있었다. 그 정도의 동기였기에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나타날 때면 글쓰기는 줄곧 멈추곤 했다. 글쓰기가 고되다고 여겨질 때,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을 때, 초반 결심의 열정이 사라졌을 때, 혹은 그냥 귀찮아졌을 때.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동기부여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아니었다면 현재 나의 글쓰기 경험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 브런치에 글 쓰는 이유


브런치는 글을 쓰라고 독려한다. 아직 여기저기 개선될 부분들은 있지만 오직 '글쓰기'만 놓고 봤을 때 내게 이보다 좋은 플랫폼은 없었다. 사진이나 영상, 포토샵 같은 여타 도구들에 상대적으로 약한 나와 같은 사람들, 그저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켠 사람들을 위해 브런치는 더없이 낭만적인 공간이다. 특히 글을 쓰긴 쓰되 그 동력을 자꾸 잃고 마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피어오르게 하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이다.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끄적거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채워가는 감성. 글쓰기만의 매력 중 하나다. 인터넷 글쓰기가 박탈당한 그 감성을 브런치의 레이아웃은 은근하게 충족해준다. 또 지금은 없어진 것 같은데, 예전에는 본문의 첫 문장을 쓰기 전에 이런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오후네요." 뭘까, 이 호칭은, 정말 글 쓰기 좋은 오후인 것 같은 느낌은. 그 호명 한 번에, 브런치 저만큼이나 잔잔한 문장 한 번에 마음이 확 동해버렸던 기억이 있다. 브런치에서나 통용되는 것임을 알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세상의 모든 글 쓰는 이들에게 충분히 설레는 단어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역시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된다. 아무것도 아닌 나인 듯했고 대단할 게 없는 내 이야기들인 줄로만 알았지만, 브런치는 그게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만큼 충분히 가치 있고 꽤나 괜찮다고. 기분좋은 다독거림이다.



카카오, 다음과의 연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만족하려 쓴 글이긴 해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 당연하다. 불행하게도 글이라는 형태는 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정독은커녕 클릭 한 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아마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글 쓰는 사람들 모두의 딜레마적 고민이 아닐까. 그런데 다음카카오에서 출발한 브런치는 그 장벽을 일정 부분 넘어서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카카오 채널에 글이 오른 날이면 치솟는 조회수를 알려주는 알람이 종일 요란하다. 플랫폼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에 노출되느냐의 여부는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 그것의 생사를 결정짓는 사안이 됐다. 나처럼 글을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기대는 유혹적이다.



#


글 쓰는 사람들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미지로 설명하고 영상으로 설명하는 시대에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순수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글은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이미지 역시 그렇다. 영상은 비교적 역사가 짧지만 무엇보다 빠르게 우리 삶에 침투하고 있으니 논외로 해둔다. 어쨌든 글이나 이미지 모두 인간의 역사와 함께 존재했고 형태와 위치를 바꾸며 지금껏 이어져 왔다. 어느 하나 영영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관건은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어떤 형태의 글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닿느냐가 아닐까. 그전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글을 써 내려가는가 역시 중요할 것이다.


적어도 브런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보편적으로 '작가가 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글이 생산되고 좋은 글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닿을 수 있도록 애써지고 있다. 이미지 제국주의 속 글이라는 저항세력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브런치가 칭해준 작가라는 타이틀이 기분 좋아 글 한 편 더 쓰는 나도, 지금 발행한 이 한 편으로 그 세력에 힘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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