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3D 이모티콘
카카오 프렌즈의 이모티콘이 3D로 나왔다.
생각해보면 왜 진작 나오지 않았는지 이제야 궁금해진다. 필요할 때 이벤트로 풀려고 지금껏 아껴둬 온 것일까. 아니면 이용자들에게 3D로 다가가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했는지도.
카카오톡 출시 이후 긴긴 시간이 지나 2017년 3월, 우리는 그렇게 3D로 만났다.
'리얼 프렌즈'. 말 그대로 리얼해졌다. 선두주자는 라인언, 어피치, 무지다.
카카오 프렌즈의 새 이모티콘, 그것도 3D라니. 나와 같은 라이언 덕후는 안 받아보면 근질근질해지니 '이벤트 참여'로 달려간다. 몇 번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자(어느덧 우리에겐 '번거로움'의 기준이 너무 낮아졌다. 이모티콘을 얻는 작업은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드디어 새 이모티콘이 도착했다.
그런데 조금 많이 낯설다, 얘네들.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었던 탓일까, 아니면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일까. 리얼이 되어 현실감을 갖춘 '실제적 존재' 카카오 프렌즈들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 것 같다. 2D가 3D로 됐으니 당연한 건데, 그러니까... 라이언이 라이언 같지 않고 어피치도 어피치 같지 않다는 얘기다. 볼록하고 탱탱한 피부와 진짜 살아있는 듯한 몸짓들은 달랐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지난 수년 간 알아왔던 친근감 있는 녀석들은 아니었다.
3D에 대해 딱히 거부감이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꼭 2D보다 3D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3D 영화의 생동감을 즐기면서도 2D의 익숙함과 편안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 2D 콘텐츠를 볼 때 우리는 그게 '순수하게' 콘텐츠란 걸 안다. 나와 콘텐츠와의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어 오락의 대상으로 그것을 편히 놓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3D의 높은 몰입도와 실제감은 때때로 피곤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그 거리가 너무 가까워 섬뜩함이 되기도 한다.
오늘 '리얼 카카오 프렌즈'와의 어색한 만남 역시 이의 연장선이지 않았을까. 처음 만남 이후 지금까지 그저 너희들은 스크린 속 꼬물거리는 캐릭터일 뿐이었는데, 불현듯 '나 실은 살아있어'라고 외치기 시작한 것만 같다. 이들에게 정을 붙이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긴, 앞으로도 프렌즈들은 우리에게 더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고, 그 방법으로서 실제감, 몰입감의 증대는 적극 이용될 것이며, 그 결과 이들의 리얼리티는 더욱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나와 같은 이용자들은 이에 부지런히 적응하는 태도도 필요하겠다.
신기술에 그때그때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익숙함이 약이다.
무료 이모티콘 사용기간 15일 후, 나와 너희들의 줄어들 거리감을 기대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