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편지, 진주 기본군사훈련단, 2016.06.05
To. 나의 연인
오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보고 싶은 날이에요. 편지를 하나 보내긴 했는데 군사우편 특성상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길래 미리 편지를 써두려고요. 오늘이 6월 5일인데 언제쯤 도착할라나. 3주 정도 남아있으니 그 전에는 도착하겠지? 오늘은 전화를 해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적어서 부모님에게만 전화를 할 수 있었어요. 애초에 부모님에게만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거라 옆에서 번호를 대신 눌러주더라. 내 목소리 많이 듣고 싶을 텐데 미안해요. 그래도 누나는 내가 아이패드에 녹음해둔 게 있어서 가끔 들을 수 있겠네. 사실 내가 누나 목소리가 많이 듣고 싶어요. 군대에서 훈련하고 그런 것들은 아무 문제 없는데 누나를 볼 수 없는 것 하나는 참 마음에 안 드네요.
보고 싶은 것 투성이에요. 짝 눈이 귀여운 얼굴, 내 취향의 작은 눈, 입술, 귓볼에 걸린 앙증맞은 귀걸이. 자그마한 손과 보드라운 팔, 모든 것이 내게 예쁜 사람. 투덜거리는 것 마저도 보고 싶은 지금은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힘든 시간일 거에요. 자대 배치까지 끝나고 나서는 전화도 더 하고 컴퓨터도 쓸 수 있을 테니 연락도 할 수 있을 거야. 군대 오기 전에 이야기했던 커플 블로그 같은 것도 진짜 하게 될 지도 모르죠. 일기를 쓰듯이 하면 되지 않을까.
누나가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지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계속 궁금하게 돼요. 세법 공부, 헌법 공부 뭐 하나 쉬운 게 없을 텐데 어떤가요? 공부하고 나랑 그 내용으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도 참 재미있었는데 말동무할 사람이 없어서 심심한가요? 내가 '김선생은 반댈세' 라고 하면, 누나가 열을 내며 투닥투닥하는 그런 소소한 재미. 얼른 나가서 다시 해주고 자대가서도 계속 해줄테니까 너무 심심해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싫은 시간에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지죠. 어쩌면 이 시간은 서로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구나 싶어요. 누나는 공부를 하고, 나는 해야할 의무를 행하고. 복무가 끝날 때 즈음이면 내 콩씨가 공무원이 되어 있을까요. 아마도 그럴 거에요. 지금은 공부가 하기 싫어지는 순간이 자주 있겠지만 조금만 더 노력해주세요.
아, 별을 보고 왔다는 편지도 받았어요. 좋았겠다, 별. 나중에 나 휴가 길게 나올 수 있게 되면 함께 더 공기 맑은 곳 가서 별이나 보고 와요. 강원도도 좋고 제주도도 좋고, 내가 국가의 녹을 좀 벌어와 볼테니 아껴서 둘이 놀러가자. 요즘에 문득 지난 번에 사지 못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살까 고민이 들어요. 놀러갔을 때마다 몇 장씩 모아서 앨범 만들면 좋을 것 같거든요. 사진도 누나 덕에 좋아하게 되었던 건데, 곧 강모델과 김작가 아니면 김모델과 강작가 둘이서 다시 활동할 날이 오겠죠. 행복할 거야.
내일부터는 유격 주라고 더 힘든 훈련들이 계속된다고 해요. 중대장님들 말로는 너희의 한계를 보고 넘어서게 될 거라고 하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것 같지?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잘 이겨내고 또 다치지 않고 누나 곁으로 돌아갈게요. 이번 주 진주에는 비가 많이 와요. 거기는 어떨지 모르겠네. 누나도 운동하면서 다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면서 나를 기다려 줘요. 사랑해요.
2016.06.05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