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대요, 엄마. 어제부터

예순일곱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7.02.05

by 김형우

To. 엄마


봄이었대요, 엄마. 어제부터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아직 2월이지만, 아직 춥지만 어제부터가 봄이었다고 하네요. 이번 겨울이 짧았던 것인지 내가 좀 바쁜 겨울을 보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어색할 정도로 반가운 봄입니다. 마치 집들이 준비가 덜 끝났는데 들이닥친 친구 같달까요. 반갑긴 한데 '어 벌써 왔어?' 싶은 그런 봄. 맞아요, 일 뒤면 그런 봄인 것 같아요. 2017년이 막 되었을 때, 이제 봄이 와서 벚꽃이 피고, 지고 또다시 피고 지면 우리가 전역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벌써 입춘이라니. 물론 진짜 봄 다운 봄이 올 때까지는 아직 먼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요. 기분 좋게 오늘을, 기분 좋게 그 날을 맞으면 되는 거지.


이제 5일 뒤면 휴가예요. 오늘도 이제 8시니 끝났다고 치면 4일. 4일만 열심히 일하면 휴가네요. 내 생일과 할아버지 기일에 맞추어 나가는 휴가.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처음 맞는 할아버지의 기일이라 모든 것이 어색하지만 보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보다 더 진하게 익은 애정으로 기일을 맞는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겨울을 녹이던 이른 봄날에 보내드린, 아주 따뜻했던 당신. 할아버지와 헤어지고 맞는 이 첫 기일이 나는 참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답답한 가슴으로 보내는 사람이겠지만, 우리 서로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4일, 얼른 함께하러 갈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2017.02.05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