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비행기 집을 청소해요

예순여섯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7.01.23

by 김형우

To. 콩 아가씨


바쁘고 힘든 하루였어요. 눈이 날 이렇게 피곤하게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활주로 눈 청소는 특수장비가 모두 해줄 줄 알았는데, 오늘은 비행기들 집 청소를 도와주러 다녀왔습니다. 활주로의 제설은 우리가 마징가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특수차량이 담당하는데, 이 차는 도태된 전투기의 엔진을 앞에 장착해 그 열과 바람으로 눈을 녹여버리는 친구예요. 그런데 아무리 이 친구가 청소를 잘한다고 해도 덩치가 산만한 친구가 집안에 떡하니 누워있으면 엄마도 청소를 할 수가 없어서, 집에서 꺼내 줄 우리들을 부르는 것이죠.


비행이 얼마 없었기도 해서 오늘은 거의 대부분을 집 청소에 동원이 되었어요. 한 친구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격납고에 데려다주었고, 다른 친구는 병원 간 친구네 집에 잠깐 넣어두었다가 청소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다시 데려오고. 한 친구는 마당에 내어놓았다가 다시 집에다 데려다주었죠. 작은 친구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큰 친구(C-130)들의 경우에는 날개가 하도 커서 그 그늘에 있는 눈이 금세 얼어붙기 때문에 꼬박꼬박 성실하게 청소를 해줘야 한다고 하는군요.


이제 토잉을 무지막지하게 잘하기 때문에 토잉이 어렵지는 않지만 오전에 C-130만 10번도 넘게 넣고 빼고 했더니 지치긴 하더랍니다. 역시 청소는 힘들어요. 눈이 예쁘긴 한데, 이번 겨울에는 충분히 눈을 많이 봐서 더 안 봐도 될 것 같네요. 힘든 하루였어요. 내일도 눈이 올까요.


2017.01.23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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