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다섯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7.01.20
To. 콩 아가씨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려요, 그것도 펑펑. 참 예쁘긴 한데 눈을 치우는 손은 조금 시리고, 볼도 살짝 따가워요. 눈은 부시고, 하늘이라도 맑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분리수거가 다 안 끝나셨는지 날씨가 계속 흐리네요. 덕분에 비행은 모두 취소. 집 나간 비행기가 없으니 집에 데려다 줄 비행기도 없고, 작차중대는 오랜만에 휴일 같은 평일을 맞았습니다. 오후에는 휴일을 틈타 비행기들을 병원(격납고)에 데려다주느라 바쁘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비교적 나른한 하루였어요. 넓은 활주로에 눈이 쌓여갈 때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활주로 제설은 특수차량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일단은 마음을 놓고 있어요. 물론 그 친구가 시동이 안 걸린다던가 하면 시동 장비를 가져다주긴 해야겠지만 아직은 아무 문제가 없나 봅니다.
보고 싶은 그대. 아가씨도 아침부터 눈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고 있었겠네요. 그래도 이제는 같은 하늘이니까 같은 풍경을 보고 있을 거예요. 하늘은 흐려도 세상이 참 맑고 밝아진 오늘. 눈 오는 날이라 좀 춥고 오한이 들 지도 모르겠지만 재밌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공부하느라 바쁜 사이사이 시간에 바라본 창밖의 풍경이 당신의 마음을 다독이기에 충분했으면 좋겠고요. 시간이 흘러 이 편지를 읽을 때 즈음에는 아마도 눈이 다 녹았겠지만, 그때의 풍경도 분명 썩 봐줄만할 테니 부디 기분 좋은 하루 되길 바라요.
짧았던 3일의 휴가 중 이틀을 같이 보내고 나니 마음이 가득 차올라 있어요. 그래도 더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야 없겠지만 당신 덕분에 1월이 참 즐겁네요. 요즘은 왼쪽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곤 해요. 당신이 간혹 이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이러니 참 불편했겠구나 싶더랍니다. 하지만 그 덕에 나는 눈꺼풀이 떨릴 때마다 당신 생각을 할 테니, 그래도 조금 불편했던 보람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해줄래요? 그리고 언젠가 누나의 눈꺼풀이 떨릴 때면 내 생각을 해주세요. 불편함에도 이런 추억을 얹어두면, 그것 나름대로 좋은 일이 되어버리지 않을까요. 나는 오늘도 그렇게 기분 좋게 아파하고 있어요. 사랑해요.
2017.01.20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