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좁아요

예순네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7.01.19

by 김형우

To. 가족


유난히 달이 맛있어 보였던 날과 돈카츠가 맛있던 날을 지나 다시 부대에 돌아왔어요. 공군 치고는 너무나도 짧았던 휴가였던지라 휴가 복귀 후의 후유증도 그다지 없네요. 복귀를 하자마자 어제는 야간 비행을 했고, 오늘은 야간 비행을 마치고 심야 비행까지 할 예정이에요. 무르익은 토잉 실력은 이제 하루 이틀 쉰다고 무뎌질 수준이 아니라 밤낮없이 알차게 부려먹어 지는 중이네요. 어젯밤에는 정말 완벽하게 비행기를 집에 데려다줘서 신이 날 정도였어요.


부대에 복귀해 보고를 드리자마자 선임부사관님과 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저를 보시자마자 그러시더라고요. "형이 나 안다고 하지?". 어떻게 새로 오신 선임부사관님이 형이랑 같이 근무했던 분이신 건지. 같은 부대도 아니고 다른 부대에서 형제 둘을 지도하게 된 선임부사관님도 참 기분이 묘하실 것 같습니다. 형은 패트리어트 운전병, 동생은 항공기 견인차량 운전병. 공군 중에서도 꽤나 희귀한 특기병들을 둘이나 배출하다니, 우리 가문은 공군에서 상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형의 말에 따르면 좋은 분이시니 잘 따르고 도와드려야겠습니다.


또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 어제는 또 이사를 했어요. 이번에 온 내무실은 6 내무실인데, 이곳이 바로 일병으로 들어와 상병이 되어 나간다는 내무실이에요. 사실 조금 더 5 내무실에서 동기랑 후임들이랑 놀면서 지내고 싶기도 했는데 쏟아져 들어오는 후임들에게 밀리고 밀려 6 내무실로 올라와 버렸어요. 상병 되려면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 이러다 일병으로 7 내무실을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네요.


아 6 내무실부터는 TV가 커지기 시작해요! 7 내무실이나 8 내무실, 그 위의 내무실도 뭔가 새로운 것들이 하나씩 있다고는 하는데 TV만큼 임팩트가 크지는 않아 6 내무실 입성을 하나의 군생활 기점으로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6 내에 이사 온 후로 아직 이틀째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일하는 중이라 TV가 커졌다는 실감이 나지가 않네요. 주말이 되면, 설 연휴가 되면 아마도 실감이 나겠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유소식도 희소식이니 이렇게 편지를 써요. 다음 편지에도 좋은 이야기만 가득 써내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 정도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곧 있으면 C-130이 랜딩을 해요. 조금 많이 큰 아이긴 하지만 잘 달래서 넣어주고 오겠습니다.


아들 - 2017.01.19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서울공항은 그 역할로 인해 언론 노출이 많아 일부 근무 내용을 브런치 상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임무나 보안 사항에 대해서는 삭제 혹은 수정을 통해 관리를 할 예정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