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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Jan 30. 2019

서울 여행을 다녀볼까요

일흔네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7.03.13

To. 콩 아가씨


 시험공부를 시작했다고 쓴 지 아직 일주일도 안된 것 같은데, 나는 벌써 시험을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시험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필기시험 통과는 무난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시험 보는 도중에 뒤에 앉은 분이 구토를 하는 바람에 식겁했지만, 멘탈을 열심히 달래서 시험을 마쳤습니다. 짧은 공부였지만 상당히 재미있던 공부였어요. 당신의 공부도 그렇게 재미있다면 좋겠는데, 쉽지 않은 바람이겠죠.


 일상으로 돌아온 첫 월요일을 기념해서 도서관을 들러 책을 빌려왔어요. 요즘 이리저리 관심이 가는 공간 디자인에 대한 잡지 한 권. '런던 일러스트'라는 일러스트 유학생들에 대한 재밌어 보이는 책 한 권 그리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서울 재발견'이라는 책 한 권. 우리가 몰랐던 서울의 재발견이라는 글귀에 끌려 이 책을 제일 먼저 집어 들었는데, 누나 생각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 생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고소한 생각들이 나더랍니다.


 책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며 찾아낸 서울의 매력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어요. 우리에게는 새로운 서울 여행지를 찾아주기보다는 같은 방법으로 서울을 여행한 다른 사람을 찾아주는 책에 가깝겠네요. 골목과 궁궐들, 우리가 좋아하는 거리들과 세네 시간씩 걸어 다니며 찾아낸 곳들. 물론 새로 가고 싶어 진 곳들도 많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이곳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 이런 사진을 찍었지 하고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중에 우리가 다녀온 곳들을 표시한 지도나 만들어볼까요. 서울 여행자의 지도. 재밌을 것 같아요.


 요즘 휴가를 조금이라도 자주 나가서 여행을 다녀볼까 생각 중이에요. 자주 나가게 되면 짧은 휴가가 되겠지만 당일치기 여행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멀리 가지 않고 다니는 서울 여행이라도 나와 같이 다녀올까요. 즐거운 나들이. 손 잡고 서울을 거닐고, 길이 보이면 가고 의자가 보이면 앉는 평범한 나들이. 나는 그런 나들이들이 그립네요. 다음 휴가 때는 우리 아가씨를 데리고 좀 거닐어야겠어요.


 사랑해요.



2017.03.13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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