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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May 03. 2019

4월의 첫날들

일흔여섯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To. 콩 아가씨


 4월의 첫날은 쉽지 않았어요. 만우절이라 그랬는지 4시 40분에 부른다던 아저씨들은 3시 45분에 나를 깨웠고, 그렇게 나는 새벽부터 비행기를 깨워다 행사 준비를 시켰네요. 활주로에 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항공기가 이륙했고, 겨우겨우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행사도 내가 담당이라, 비행기에서 지게차로 화물도 좀 내리고, 장비도 좀 옮기고 하다 다시 행사장으로 끌려간 하루였어요. 참 많이 바빴죠?


 3월이 벌써 끝. 한 해의 4분의 1이 끝나가는데 아직 내 군생활은 1년도 더 남았네요. 공군에는 그런 말이 있어요. 시간은 정말 빠르게 가는데, 해야 할 시간이 너무 긴 것뿐이라고. 정말 요즘 그 말이 참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시간은 거짓말처럼 빠른데 전역은 여전히 멀고 멀어요.


 4월 2일에는 제2 롯데월드 타워에서 불꽃놀이를 했어요. 하필 불꽃놀이 시간과 랜딩 시간이 겹쳐서 걱정이었는데, 조종사 분들도 알고 있었는지 비행기가 조금 일찍 내려준 덕에 다 함께 구경을 했네요. 탁 트인 활주로 끝에 불꽃놀이. 정말 대단하긴 하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당신과 함께 봤어야 하는데, 그래도 아쉽다는 소리보다는 다음에 같이 보러 가자는 말로 이야기를 끝맺어둘게요. 꼭 같이 보러 가요 우리.


 이번 주에는 중대에 책보따리가 도착했어요. 진중문고라고 서적들을 지원해주는 것인데, 이번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더라고요. 내가 알기로는 말콤 글래드웰이 한 말인데, 이 책은 어떤 한국분이 쓰신 것이네요. 읽지는 않았지만 책 제목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더랍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뜻하는 것은 정말 간단해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하루에 다섯 시간이라고 해도 5년 하고도 6개월이나 되는 시간이네요. 하루에 10시간을 써도 1,000일.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들은 언젠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1만 시간에 카운팅 되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 내가 보고 있는 글들, 내가 보고 있는 프로그램들. 역시 이런 것들도 카운팅에 넣어주기에는 너무 치사한 것일까 싶네요. 어렵네요, 어려워.


 시간을 쌓아가는 요령을 고민해보는 중이에요. 튼튼하게 쌓아야 예쁠 텐데, 고민과 궁리. 이 시간은 1만 시간에 넣어도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도 너무 시간을 많이 들이진 않으려고요. 초석은 초석일 뿐이니까요. 이번 휴가에는 익선동에 가서 거품 도톰한 카푸치노나 한 잔 할까요. 오랜만에 우리 아가씨와 느끼는 평화랄까, 분명 좋아할 것이라 생각해요. 이래 봬도 우리 콩 1만 시간은 채우고도 남았거든요.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2017.04.05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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