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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Jun 12. 2019

젤리 배달부

여든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To. 콩 아가씨


 생각해보면 나는 참 당신 덕에 처음으로 해본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가본 적이 없는 곳도 찾아다니게 되고, 먹지 않던 것을 즐기게 되고, 혼자라면 시도해 보지도 못할 일들도 주저 않고 시작해 보기도 했네요. 가끔 힘을 잃는 우리의 등을 받쳐주는 이놈의 애정. 아마 당신의 여린 등 뒤에도 이 친구와 닮은 아이가 서있겠죠. 기특한 아이들, 지난 휴가에는 이 친구 덕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직구라는 것을 해봤어요. 누나가 참 좋아했던 곤약 젤리를 주문했는데 이걸 먹으면 공부할 힘이 좀 날까 싶어 몰래 준비를 해봤어요. 당신이 거니는 골목에 한 봉지씩 떨어트려두고 나를 찾아오게끔 하고 싶기도 하지만, 4박스나 주문해버린 관계로 다음 외출 때 집 앞까지 배달을 해줘야겠습니다.


 젤리는 정말 싫어했었는데 말이에요. 어쩌다 젤리를 사랑하는 아가씨를 만나 바다 건너 일본에 50 봉지나 젤리를 주문하게 되었네요. 이 젤리를 받으면 분명 행복하겠죠? 곤약 젤리라 살은 덜 찐다지만 부디 속 아프지 않게 아껴 먹어 주세요. 사랑해요.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할 때면 가끔 우리 둘의 추억을 꺼내보게 되는 것 같아요. 3년이 조금 넘은 연애라 이야깃거리가 참 많아서 그럴까요. 뭐 때로는 우리도 친구한테 이야기했던 것인지 서로에게 이야기했던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나는 그것마저 기분이 좋을 때가 많아요. 나와 함께 하지 못한 기억들에도 이곳저곳 나를 묻혀놓은 것이라 생각하면 그 착각도 참 사랑스럽게 느껴지거든요. 내가 바빠서 자주 전화해주지 못한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때도 있지만,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항상 사랑해요. 고마워요.



2017.07.12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6월의 편지들을 조금 늦게 찾아 편지 업로드 순서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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