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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Jun 19. 2019

합격 축하해요

아흔네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To. 콩 아가씨


 당신 참 잘했어요.라는 말을 가슴속에 꾸리는데 이다지도 마음이 뜨끈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어릴 때부터 자주 듣곤 했던, 농담기를 섞어서라도 서로에게 많이 속삭였던 이 담백한 말 조각이 오늘따라 더 다정한 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지난 2년을 기념할 기쁜 소식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합격한 것 정말 축하해요.


 삶의 갈피를 하나 둘 잡아가기 시작하는 나의 고운 연인, 당신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요. 고단한 도움닫기를 마침내 마무리한 만큼 노곤한 해방감이 밀려오기도 할 테고, 불안감이 진했던 만큼 더 맑은 안도감과 행복감이 차오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 모든 소중한 감정들 곁에 자부심도 한 조각 담겨있을 것이고, 함께 달려온 가족과 연인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 어쩌면 그리움도 조금 섞여있을지도 모르죠. 아마 당신의 가슴속은 이런 예쁜 마음들로 가득할 거예요.


 많이 힘들었을 이 2년 동안 나는 언제나 당신에게 쉼표가 되어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텍스트에 지친 밤에는 귀여운 투정을 꺼내어가고, 배움에 흥분한 날에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때 아닌 졸음에 시달릴 때는 잠시나마 기운을 차릴 말을 건네주고, 수험생 말고 그저 나의 연인이 되고 싶을 때면 넘치게 쌓아둔 애정을 안겨주는, 나에게는 참 당연하고도 즐거웠던 시간들. 그 시간 속에 담긴 나의 작은 노력들이 당신에게 어떤 위안이 되어주었다면, 나는 참 행복할 것 같네요.


 당신은 언제나 내가 당신 이곳저곳에 숨겨둔 마음들을 꽃피워주는 사람이었어요. 어느새 내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당신을 보며, 많이 보드라워진 마음을 느끼며, 칭찬이 잦아진 입술을 보고, 나를 기다리는 발걸음을 보며 나는 항상 더 사랑스러워지기만 하는 당신에게 많이 놀라워했어요. 눈부시게 예뻐져가는 나의 아가씨. 애교가 늘고 웃음이 많아진 당신과 함께하는 오늘은 행복하기만 해요.


 아직 많이 여린 당신이 덜컥 합격 소식을 듣고 돈을 버는 사회인이 된 것은 여전히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잘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사소하지만 값진 수많은 고민들을 담고 있는 당신의 마음이 분명 큰 힘이 되어줄 거예요. 한결같이 당신 곁을 지키고 있을 당신의 연인과 함께요.


 이 편지를 쓰다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그리고 3장의 편지지를 쓰다 접어두었고요. 당신을 좋아한 지가 이제 4년이 다 되어가는데, 난 아직도 너에게 보낼 말을 적으며 떨고, 설레며 문장을 닫아요. 당신이 읽고 미소 지어줄 글 한쪽을 담아 보내기 위해 나는 조심조심 글자를 골라 편지를 엮네요. 좋아하고 사랑해요.


 축하해요.



2017.11.25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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