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6.28
To. 모두에게
편지 쓰는 것을 한 4일 쉬었다고 글이 시작이 안 되네. 특기학교 들어와서도 매일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첫날은 바쁘고 몸이 좀 아파서 편지를 못 썼어요. 아무리 훈련소에서 지낸 시간이 괜찮았다고 해도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아픈 것 보면 군대가 싫긴 싫은가 봅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은 말아 주세요.
신비의 나라 군수 2 학교는 오늘도 평화로워요. 장마철에 7월이 다가오는데도 아침 점호 때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이 곳! 아직 이 곳에 온 지 40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역시나 이곳도 사람 살만한 곳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인 생활 시설은 2대대보다 안 좋지만 학과장이라거나 강당시설 같은 부분은 훨씬 나은 것 같고 생활하는 것도 훈련병 때보다는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하필 식당이 공사 중이라 아침마다, 매 끼니마다 옆집 식당에 밥을 얻어먹으러 가야 하긴 하지만 밥 먹으러 갈 때마저 버스를 타니 역시 운전병들의 학교가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며칠 안 살아봐서 특기학교 생활은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도록 하고, 2박 3일의 꿀맛 같던 외박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3일이었던 것 같아요. 수료식 때 엄마, 아빠에 형이랑 할머니까지 진주에 내려와 주셔서 시간도 같이 많이 보낼 수 있었고, 누나와의 데이트도 웃음이 가시지 않는 행복한 하루였어요. 생각해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40일 동안 퐄카락을 썼다고 해서 젓가락 쓰는 법을 잊었을까 했는데 내 손가락들은 아직 멀쩡했고, 내가 남겨둔 물건들도, 기다리는 사람들도 모두 그 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죠. 꽤나 길었던 시간이었는데, 다들 지나 보니 빠르더라 하시니 마음이 좀 놓여요. 짧은 3일의 휴가였지만 특기학교 때는 면회도 있으니 금방 또 보겠죠.
그런데 사람들과는 달리 세상은 조금 무서울 정도로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훈련소에서 나가길 기다릴 때는 귀동냥으로 정은씨 미사일 소식밖에 없었는데 나와보니 뜬금없이 브렉시트가 터졌다고 하질 않나 유로 2016은 흐름을 알다가도 모르겠고 그렇더라고요. 사실 어렸을 때는 세상 소식 하나도 몰라도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에 와서 조금 무서운 것을 보면 조금 어른스러워진 것인가 싶기도 해요. 훈련소와는 달리 특기학교에서는 TV를 볼 수 있답니다. 이 놈의 밤톨이들이 뉴스를 같이 봐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 소식은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행복했던 외박이 끝나고 이제 군생활의 두 번째 단계를 맞게 되었어요. 다시 한번 더 온화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 다음 편지를 기다려주세요. 군기가 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 한 번도 굴러다닌 적이 없어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이번 편지는 엄마, 아빠에게 보낼 테니 콩이한테도 보내주세요. 사랑합니다.
2016.06.28 - 형우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