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7.04
To. 모두에게
지난주에는 첫 운전 실습이 있었어요. 교육사 내부에 정해져 있는 코스들이 있는데, 그 코스들을 먼저 버스를 타고 함께 돌아본 다음 차례대로 3명씩 차에 타고 나가서 교관님과 실습을 해보게끔 하더라고요. 다 함께 학과장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사실 면허를 딴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운전경력이 없어서 긴장이 되었어요. 게다가 군수 2 학교 특기학교에 있는 차들은 면허 시험 때 타던 튼튼한 트럭들과는 달리 힘도 약하고 늙고 병든 가솔린 승용차들이라 훨씬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답니다. 더군다나 운전 말고도 타고 내릴 때 외쳐야 하는 멘트들도 있고 운행하면서도 동작마다 외쳐야 하는 것들이 있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그렇게 운행 때 해야 하는 것들을 외우며 대기를 하다 보니 결국 저까지 차례가 왔어요. 그런데 차에 타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죠. 차에 타면 순서대로 한 명씩 운전실습을 하게 되는데, 첫 번째 친구부터 말썽이었거든요. 첫 전우는 운전 준비동작과 멘트를 거의 다 틀려서 운전도 못해본 체로 쫓겨나게 되었고, 두 번째 친구는 운전을 해보기는 했지만 운전 중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 교관님께 분노를 선물하셨죠. 결국 앞선 두 전우 덕에 혈압이 좀 오르신 교관님은 무고한 저까지 대기장으로 내쫓으신 후 홀로 차를 몰고 떠나가셨어요. 첫 실습이라면 첫 실습이었지만, 운전을 해보지는 못한 첫 실습이었네요.
다행히 그다음 날의 학과는 첫날과는 조금 달랐어요. 첫 운전은 조금 두근거리긴 했지만 괜찮게 끝냈던 것 같아요. 시동을 꺼먹긴 했지만 가속이랑 클러치 조절도 감이 조금 오는 것 같고, 생각보다 차가 너무 예민하고 연약해서 더 조심해야겠더라고요. 이어서 진행한 두 번째 실습은 클린! 시동도 꺼트리지 않았고 별다른 실수 없이 넘어갔습니다. 차들이 전부 예민하긴 하지만 페달마다 다 미세하게 달라서 적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마 두 번 정도 더 실습을 진행한 다음에 시험을 볼 것 같은데 지금 이 페이스대로 한다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심조심 열심히 운전하고 있네요.
운전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특기학교가 시작되면서 이 곳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자대 배치가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자기가 원하는 지역에 경쟁자가 많아 보이기는 데다가 운전 스트레스도 올라오고 또 각종 가점이 붙어있는 근무들을 따내고 못 따내고 하는 것으로 다들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있네요. 저는 훈련소 성적이 특기 내 2등이라 좀 안심해도 되려나 싶었는데 상위권 친구들이 모두 성남비행장을 지망한다고 해서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하나 싶은 중입니다. 스트레스는 너무 안 받으려고 해요. 물론 집 가깝고 면회 오기 좋은 곳에 배치를 받으면 좋겠지만 경기도나 서울에만 자대가 있어도 휴가 나오기는 무리가 없으니까요. 어차피 그 문제는 지금 걱정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도 평화로운 삶을 지내보려고 합니다. 열심히는 하지만 적당히 스트레스받지 않고 잘하고 있을게요.
2016.07.04 - 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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