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가 먹고 싶은 날.

열일곱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7.05

by 김형우

To. 엄마, 아빠, 형


나른했던 주말이 끝나고 어느새 두 번째 주가 시작되었어요. 참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신기하죠. 이제는 군수 2 학교 생활에 적응도 어느 정도 끝마쳤고, 수업 스트레스도 거의 없이 평온한 일과가 반복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말은 온갖 즐거움으로 보냈습니다. 다이어트 중임에도 불구하고 생애 첫 B.X 를 다녀왔고 (첫 구매품은 허니버터 꼬깔콘과 데미소다였어요) TV로는 다 함께 밀린 무한도전과 '피아니스트', '브루스 올마이티'를 보았어요. 사이사이 책을 읽기도 해서 벌써 가져온 세 권의 책 중 첫 번째 권을 해치워버렸어요. 다행스럽게도 저녁 운동 모임이 생겨서 함께 운동도 하고 있고, 두세 차례 청소를 하고 나니 가끔씩 프로도도 뚫지 못할 거미집들이 발견되던 생활관도 깨끗해져 가고 있어요.


생활관 사람들과는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처음으로 호실원들과 자기소개를 할 시간도 가졌는데, 훈련소 때도 느꼈지만 공군에는 세상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훈련소에서부터 특기학교까지 같은 호실을 쓰게 된 선생님도 계시고, '스탠딩에그'라는 인디 밴드를 같이 시작했던 객원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인 형님도 계시고. 어쩌다 보니 자기소개서 전문 강사이자 동기부여 전문 멘토였다는 경력도 이야기하게 되었고 겸사겸사 이런저런 말들도 꺼낼 수 있었어요. 조금씩 서로를 알고 친해지는 것 같아 즐거워요.


4회 차 실습을 끝낸 지금은 운전도 많이 적응이 되어서 잘한다는 칭찬도 많이 듣고 있어요. 엔진 소리를 잘 들으라는 형의 조언이 통한 것일까요. 브레이크 조절만 조금 더 신경 쓰면 완벽할 것 같다고 하시는데, 브레이크 감이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차들도 간혹 있어서 살짝 걱정입니다. 이제 다음은 테스트인데 만점으로 통과했으면 좋겠네요. 어제는 드디어 자대 배치 TO가 공개되었어요. 이번 TO는 '해피 서울'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도권 TO가 많아서 장밋빛 자대 배속을 예감케 하고 있습니다.


다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방학이 시작되고 형도 집에 돌아오니 집에 좀 더 생기가 돌 것 같네요. 물론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는 트윈스의 성적에 왔다 갔다 하고 있겠지만, 집에 아들들이 한 명도 없는 때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요. 형은 이제 영어 학원을 다닌다고 했는데 소감이 어떨지도 궁금하네요. 사실 우리 형제가 엄청 끈끈하긴 한데 뭐하고 사는지 서로 이야기해 줄 시간이 너무 없어서 아쉬워요. 이제 방학이니까 동생한테 편지라도 써줄 여유가 생겼을까 모르겠네. 사실 어릴 때도 형을 많이 좋아했는데 떡국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 좋아져서 큰일입니다. 외박 때 형이 옷을 골라주는데 기분이 좋았어요. 역시 군대는 왔어도 아직 형한테 어리광 피우고 싶은 나이인가 봐요.


그나저나 고구마가 먹고 싶어요. 닭갈비 사이사이에 놓인 익혀진 고구마, 고구마튀김, 군고구마, 고구마 맛탕. 훈련단 때부터도 가끔 느꼈는데 군대 밥에는 고구마가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감자는 정말 자주 나오는데 나는 이 친구보다 조금 더 스위트한 친구를 원하는데 말이에요. 다음에는 나가서 돈부리에 맛탕까지 해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점심에 간식까지 해주는 아들내미가 되어야지. 이만 편지를 줄일게요. 사랑해요.


2016.07.05 - 형우.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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