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와 식객

열여덟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7.05

by 김형우

To. 콩


손편지와 인터넷 편지가 함께 오는 바람에 이야기할 내용이 많네요. 먼저 외할머님 생신 축하드린다고 전해주세요. 화분 선물도 좋지만 다음에는 누나가 지난번에 나한테 만들어준 팔찌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수수하게 예쁘기도 하고, 어디갈 때마다 손녀딸이 묶어줬어하면서 자랑도 하고. 원래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 자랑에 웃고 웃으시니까요. 누나가 이번에 선물해드린 화분도 보실 때마다 웃으실 거예요. 누나 앞에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시더라도 뒤에서는 웃고 좋아하실 거야.


편지지를 사려 들린 문방구점에서 만난 아이와 엄마 이야기도 재밌었어요. 딱지가 갖고 싶은 아이와 막는 엄마. 우리 때는 800원이나 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딱지를 치던 시절도 있었죠. 금방 딱지의 시대는 가고 탑 블레이드와 유희왕의 시대가 도래하긴 했지만 애들이랑 딱지를 가지고 놀았던 즐거운 기억도 분명히 남아있네요. 아이들의 장난감이란 참 중요한 문제죠. 물론 유행을 따라가라고 무작정 장난감들을 사주는 것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한테 놀기 충분한 만큼의 장난감은 꼭 손에 쥐어주고 싶어요. 아이에게 "왜 사고 싶어요?"라고 물어보자는 누나 생각도 정말 좋은 것 같고요. 그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아이를 키운다면 정말 뿌듯하겠죠?


다음. 애완동물은 역시 어려운 문제예요. 누나도 한 달이긴 하지만 식객으로 오신 고양이님을 보며 생각이 많아지나 봅니다. 역시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은 참 무서운 일이에요. 나도 지난 외박을 끝내고 진주로 내려올 때 문득, 이번 외박 때 모두에게 잘해준 것 같은데 트라야 한테는 너무 신경을 못 써준 것 같더라고요. 사실 내가 주인인데 고등학교도 멀리 다니고 대학 때도 바빠서 잘 못 돌봐주었다는 미안함이 언제나 있거든요. 참 귀엽고 버르장머리 없는 똥쟁이 앵무새긴 하지만, 애가 기침하면 마음이 아프고. 가족 다 같이 나갈 일이 있으면 혼자 집에 있어야 해서 외로울 것 같아 신경도 쓰이죠. 시크하고 까칠한 아이라 괜찮을 것 같다가도 애완동물의 속마음이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 걱정이 돼요. 만약에 우리가 애완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혼자 남겨지는 일은 없도록 두 마리는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들끼리 노는 것도 좋지만 나이가 조금 들고 집에 자주 붙어있게 되면 식객 한 두 친구 정도와 함께하는 것도 좋지요.


많이 더워져서 공부가 잘 될 리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을 것 같아요. 내 님은 이 더운 날씨에 잘하고 있을까요. 사실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괴로움의 대부분은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인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는 곧 누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면 힘을 내주세요. 벌써 편지지 한 장이 다 되었군요. 또 금방 편지할게요. 고맙고 사랑해요.


2016.07.05 - 형우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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