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의 편지.

열아홉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7.06

by 김형우

To. 신화


속세의 온갖 힘겨움이 담긴 편지 잘 받았어. 훈련소 기간 때 편지 안 써줬다고 실컷 뭐라고 해서 받아낸 편지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저런 소식을 듣는 것은 좋네. 편지가 안 오면 그 나름대로 혼자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버텨내고 있구나 싶어서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뭐하고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소식이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더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세상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 쓸쓸하고 답답한 곳인 것 같아. 정말 넓은 곳이지만 내 속마음 털어놓을 구석 하나 찾는 것도 쉽지 않고, 마음 편히 등 기대고 쉴 수 있는 곳 하나 찾기도 쉽지 않지. 그래서 친구들이 필요한 것 같아. 물론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누군가의 친구라는 것은 내 인생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인생, 너의 인생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인생 속에 자리 하나씩을 마련하고 우리의 인생을 꿈꾸고 살아가게 되니까. 참 친구라는 것은 어렵고도 아름다운 관계지.


사실 우리 참 오랜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함께한 것 같아. 5년 전에 고등학교 선후배로 만나 (물론 난 나보다 먼저 태어난 후배를 상상해보지 못했지만) 내가 만든 동아리에 네가 들어오고, 학교에서 졸업한 후에는 내가 너의 경제 과외 선생님이 되었다가 대학에 와서는 함께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지. 내가 너의 사장님이 되고, 같은 디자인의 명함을 가지게 되고. 이렇게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실소가 지어지는 시간들이라니. 물론 중간중간 너덕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추억이 되어 뒤돌아보면 정말 재밌기도 했던 것 같다.


때때로 너는 자신의 실수와 미숙함에 내게 많이 미안해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런 미숙한 너도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혼자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꿈꾸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스스로 다짐하고 가슴속에 정리해보고. 너는 언제나 내게 자극을 받고 대단하다고 해주었지만 너와 이야기하는 순간순간이 없었다면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을지 조금은 의심이 들어.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은 참 귀하고 고마운 존재이니까 말이야.


22살. 아직 뭔가 이루어 놓은 것들을 뒤돌아보기에는 참 작은 숫자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는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니까 한 번쯤은 뒤돌아봐도 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편지에 '나는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라고 쓸만한 사람은 아니거든. 물론 장난이겠지만 너에게 자기 비하하는 습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한 번 지금까지 네가 해온 것들을 떠올리고 '진짜 열심히 살아왔구나. 장하다.' 한 마디 해줘. 내가 먼저 한 마디 해줄 테니까 너도 '신화야 수고했다' 한 마디 해주고. '새로운 일들에 설레기도 하지만 지치고 힘들어'라는 문구가 보여서 마음이 좀 그렇네. 힘내 신화야. 잘하고 있어.


편지지 한 장을 다 채웠네. 두 장 써줄 생각은 없어서 이만 마칠게. 부모님 면회 오셨을 때나, 나중에 휴가 나가서 연락하도록 할게. 편지 고마웠어.


2016.07.06 - 친구 형우가.


*편지를 받은 친구가 실명을 공개해도 된다고 해주어서 이번 편지는 실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마워 신화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딱지와 식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