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7.16
To. 콩씨
편지 전달이 늦어져서 누나가 보낸 편지를 어제가 돼서야 보게 되었어요. 어머님 수술이라니, 큰 수술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고 걱정되셨을 텐데 이제 좀 괜찮아지셨나요? 누나도 많이 무서웠을 텐데 수고했어요. 아버님이랑 오빠가 바쁘셔도 딸 하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나셨을 거야. 퇴원하셨긴 해도 일주일 정도는 누나가 좀 고생해서 어머님 회복하실 수 있게 보살펴드려 주세요. 병원 서비스가 좋지 않아서 누나도 속이 많이 상했을 텐데 그래도 어른스럽게 잘 기다리고 대처 잘한 것 같아 다행이야. 다 지난 일이니까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고 어머님 간호 잘 해드리세요. 공부도 해야 하지만 이럴 때는 가족 옆을 지켜주는 게 더 멋있는 거랍니다.
특기학교에 들어와서 이제 세 번째 맞는 주말. 진주는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요. 창밖에서는 나무들이 수다를 떠는 것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빗소리가 방안으로까지 스며 들어와서 적당히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은 어제 불침번의 영향인지 21살 아이들이 아침부터 낮잠을 즐기는 중이라 (사실 자면 안 되는 시간이에요!) 호실 안에 간만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어디선가 애들은 잘 때 제일 예쁘다고 하는 소리를 들어본 것 같은데 그게 21살까지 통하는 말인 줄은 몰랐네요. 참 재밌는 아이들이긴 한데 볼륨이 좀 커서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쓸 때 집중이 안 될 때도 많았거든요.
어쨌든 이런저런 상황이 잘 따라준 덕분에 누나의 남자 친구는 평화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어요. 당신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지금 시간은 11시 5분이에요. 아마도 책상에 앉아 강의를 듣고 있거나 놀아달라는 식객 고양이님과 씨름하고 있거나 하고 있겠군요. 날씨가 좋다면 기분 좋게 햇살을 즐기며, 비가 온다면 조금 나른하게 힘이 빠져 흘러가는 시간과 줄다리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어느 쪽이든 기분 상할 일 없는 하루가 되기를 빌어줄게요. 아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오후에는 배구를 하러 가겠구나. 부디 멍들어오지 말고, 넘어져서 어디 다쳐오지 말고 안전하게 잘 놀고 와주세요.
이제 곧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라 편지는 이만 줄일게요. 오늘 점심은 군대리아라는데, 면회의 영향일까 지난 목요일 나온 군대리아는 그렇게 맛있지 않았던 지라 걱정이에요. 내가 초심을 잃었나! 어쨌든 다녀올 테니 누나도 점심 맛있게 먹고 행복한 하루 보내길 바랄게요. 사랑해요.
2016.07.16 - 연인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