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군대'

서른한 번째 편지, 서울공항, 16.08.05

by 김형우

To. 모두에게


자대 배속을 받고 15 비로 온 지 이제 2주 차. 오늘로 딱 10일이니까 이 정도 되면 소감문 한 장 정도는 써볼 때가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금 제 총을 받아왔습니다. 이 정도면 한 장 깔끔하게 적어볼 때가 맞는 것 같네요.


군대, 공군. 뭐랄까 자대에 와서 느끼는 군대는 그동안 제 생각 속에 있던 군대와 많이 달랐어요. 120명에 달하는 선임들 앞에 밤낮없이 경례해야 하기는 하지만 쓸 데 없이 군기를 잡거나 집합을 시키는 등의 악폐습은 찾아볼 수도 없고 선후임 간의 관계도 딱딱한 위계질서보다는 배려해주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물론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태도와 규칙은 지켜달라라는 암묵적 룰은 있지만, 그 룰도 강압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상식적이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라 크게 부담이 되거나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아요.


옛날 군대, 자대에 배속받은 후 정말 '옛날 군대'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주임원사님께서, 병장이나 선임들에게서, 다른 간부님들에게서 "옛날 군대와는 다르게", "옛날 군대도 아니고" 같은 말들을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알고 보니 15 비가 이렇게 바뀐 것도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고 해요. 짧게는 5, 6 개월 전까지만 해도 밤중에 집합을 시키는 등의 악습들이 남아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런 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감추었다고 하네요. 요즘에도 눈을 부릅뜨고 악습을 찾아내 잡으려고 하는 요정들이 있어 군대는 계속 세련되어질 것 같아요. 어제는 전입신병 교육 과정 중에 단장님(★)도 뵐 수 있었는데 저희에게 그러시더라고요. "내 임무는 너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군대가, 아니지 어쩌면 이 이야기가 아직은 공군 혹은 15 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군대가 많이 달라진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저께는 생활관에 에어컨이 설치되었어요. 연이은 폭염에 지글지글 삶아지고 있던 군인들에게도 드디어 문명의 이기가 주는 축복이 내려오셨죠. 모든 생활관에 설치된 것은 아니지만 곧 모든 생활관에 설치될 것이라 하니 다들 내년 즈음에는 에어컨님의 축복을 모두 누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하필 에어컨이 선임들 생활관 모두 제쳐두고 저희 생활관에 먼저 설치되어서 구경 오시는 분들이 생기기도 했죠. 군인 복지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세대인가 봐요.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막내라 하루 종일 경례하고 긴장하는 것이 일이라 피곤하기는 합니다. 요즘에는 일과 중에 교육장이라고 근무가 아닌 선임들이 대기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다니는 골목 같은 곳이라 하루에 경례를 200번도 넘게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심지어 하도 경례를 많이 하다 보니 동기 하나가 우리가 1분에 경례를 몇 번씩이나 하는지 측정해봤는데 자그마치 22번이었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막내에게는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다는 룰이 있어 대기 외의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중이에요.


노란 딱지라고 하는데, 신병에게는 어깨에 노란색 견장을 차게 하고 막내가 아닌 일종의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로 받아주고 있어요. '건드리지 말고, 일 시키지 말고, 숨 좀 쉬게 내버려 두어라'라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막내인 저희들을 내버려두고 맞선임들이 모든 청소와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부담스러운 것은 왜일까요. 그래도 맞선임들이 자기들도 받았던 대우라고 편히 있으라고 도와주는 중이라 비교적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막내의 시작은 일병을 단 이후부터라고 하니, 그때가 되면 일병과 일개미가 왜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지 알 수 있겠죠.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무리 고된 일이 있어도 살 만한 세상이겠지 라는 예감과 함께 2주 차를 보내고 있어요. 별 일 없이, 별 걱정 없이 군대 생활을 잘 마쳐볼게요. 내일부터 휴가긴 하지만 또 언젠가 편지를 써서 보낼게요. 사랑해요.


2016.08.05 - 형우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서울공항, 제 15 특수임무비행단은 서울 에어쇼 및 그 역할에 따라 언론을 통해 많이 공개되어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그 위치와 역할을 확인할 수 있어 브런치 상에서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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