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편지, 서울공항, 2016.07.30
To. 콩
괜히 세 번씩 부르고 싶은 이름이야. 콩, 콩, 콩. 오늘은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토요일이니까 오후에는 배구를 하겠지만 하루는 길고 여전히 내가 모르는 당신의 시간은 참 길어요. 궁금하다. 당신도 나의 시간을 궁금해하고 있을까요. 자대에 와서 처음 맞는 주말, 군인의 주말이란 정말 느긋하고 여유로워요. 아침을 먹고 와서 다시 낮잠을 자도 되고, TV를 봐도 되고, 편지를 쓰든 책을 읽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휴식시간입니다. 조금 있으면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도서관에도 들를 생각이고요. 물론 밖에 나가서 누나 손을 잡고 길을 거닐고, 눈을 맞추는 것만큼 행복하지는 않을 테지만 꽤나 근사한 주말을 보내고 있어요.
함께하는 주말, 함께하는 하루. 우리가 힘들었던 일주일을 행복한 하루의 색채로 다독였던 그 나날들로부터 이제 11주 정도가 흘렀어요. 다음 주면 3달, 3 달이라는 기간 동안 다행히도 나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 것 같은데 누나는 어떨까요.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은 되도록이면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네. 그래도 이제는 자대도 오고 휴가도 조금 자유로워진 만큼 누나가 나 보고 싶을 때 당신을 찾으러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어제는 드디어 관물대에 누나 사진을 붙였어요. 관물대 안쪽에 자석으로 내 고운 아가씨 사진을 붙여놓았네요. 물론 일과 중에는 못 보겠지만 생활관 와서 관물대를 열 때마다 누나가 보이니 기분이 좋아지더랍니다. 옛날에 영화나 TV에서 군인들이 관물대에 사진을 붙여놓거나 외국에서 사물함 속에 사진 붙이는 것을 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신기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다음 주 외박 때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살 생각이에요. 그거로 누나 사진도 찍고 우리 사진도 찍고. 안 그래도 사진 좋아하는 누나가 얼마나 좋아해 줄지 기대되네. 행복하게 해줄게요, 아가씨.
매번 배구를 하면서 이리저리 다치고 온다는데 오늘은 제발 다치지 말고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아프지 말고, 지치지 말고. 부디 행복한 주말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누나가 보고 싶은 하루예요. 안아주고 싶은 하루이기도 하고요. 누나를 안아주면 마음이 한가득 차오르는 기분이라 누나가 없는 시간에는 내 품이 조금 허전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하네요. 다음 주면 휴가, 당신을 보러 갈 테니 조금 더 참고 편지를 마칠게요. 사랑해요. 내가 그리운 당신의 오늘이 행복한 하루이길 빌어요.
2016.07.30 - 연인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