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과 면회.

서른아홉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09.11

by 김형우

To. 여자친구


다사다난한 9월. 시원해졌던 날씨는 이따금 한 모금씩 더위를 머금고 와 가을은 언제 오려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고, 수송대대는 9월의 문을 열었던 사고의 뒷수습을 차근차근 해 나아가는 중이에요. 대대 분위기가 살짝 괜찮아질 즈음에 다시 조그만 사건 사고들이 고개를 들어 아직 미처 몸살기를 다 떨쳐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마치 소낙비를 피해 도망친 어린아이들처럼 조금의 걱정과 설렘을 안은 채 가을을 기다리고 있어요. 9월. 당신의 9월은 어떤가요?


9월 두 번째 주. 나는 그래도 새로운 선물 하나를 품에 안은 채 소박한 행복을 즐기는 중이에요. 작은 CD 플레이어와 내가 하나둘 모아두었던 CD 10장을 어제 면회를 통해서 들여왔거든요. 이어폰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공간을 담담히 채워나가는 소리들. 내가 좋아하는 소리들로 곁을 채우는 것은 여전히 참 좋은 일이더랍니다. 'CD를 가져다주세요' 하기 전에 어떤 CD를 가져다 달라고 해야 할지 참 오래 고민했어요. 기억을 더듬어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떠올려보는 일도 참 행복하면서도 까다로운 일이었어요. 훈련소 때부터 음악을 골라서 차분히 들을 수 있을 때가 없었던지라 더 그랬던 걸까요.


누나는 요즘 어떤 음악들로 주변을 채우고 있나요? 연습하는 피아노곡들, 이런저런 OST들. 그렇게 누나가 음악과 친하지 않아서일까 누나가 좋아하는 음악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CD들을 우리 아가씨에게 선물해볼까요? 내가 좋아하는 소리들로 내 연인의 곁을 채우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일 것 같아요. 물론 우리 아가씨에게는 CD 플레이어가 없으니 선물하기 전에 궁리를 좀 해야겠죠.


지금 시간은 10시 16분. 우리 아가씨는 아마 지금 버스에 몸을 싣고 이곳으로 오고 있겠죠? 첫 번째 면회. 물론 진주에 있을 때 면회 외출을 와주긴 했지만 이렇게 면회실에 앉아 둘의 말소리만으로 시간을 적셔가는 면회는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묘하게 떨리기도 해요. 나는 뭐랄까, 기대되네요.


면회실에 앉아 살짝의 긴장감에 입을 말려가며 나를 기다릴 당신의 모습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나를 보며 기뻐할 당신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도 기대가 되어요. 사랑스러운 내 연인이 나를 찾아와 준 고마운 하루. 아직 해는 눈을 부비며 게으르게 하늘을 올라가고 있지만, 오늘 하루는 이미 내게 행복한 하루네요. 이제 군복을 차려입고 누나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어요. 너무 떨지 말고, 떨기보다는 조금 들뜬 표정으로 내게로 와주세요. 사랑해요. 잠시 후에 봐요.


2016.09.11 - 너의 연인.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서울공항, 제 15 특수임무비행단은 서울 에어쇼 및 그 역할에 따라 언론을 통해 많이 공개되어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그 위치와 역할을 확인할 수 있어 브런치 상에서 언급했습니다.

****편지 상에서 언급되었던 '9월의 문을 연 사고'는 임무에 관련된 내용을 유추할 여지가 있어 관련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브런치에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기종과 임무 등 안보 위협 사안에 대해서는 삭제 혹은 수정을 가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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