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11.
To. 콩 아가씨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느리게 가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제대가 다가오는 것은 좋지만 이 2년의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만 지나가진 않았으면 하는 기분. 요즘에는 마치 배터리가 거의 다 된 시계가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시침이 움직이는가 싶지만 바들바들 떨기만 하고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시계 있잖아요. 배터리를 갈고 다시 앞으로 갈 수 있게 되면 그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 밀리고 놓친 시간들을 훌쩍 건너 시간을 따라잡아야 하는 그런 시계. 군인의 2년은 그런 시계를 참 닮아있는 것 같아요.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이 휴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오늘은 괜스레 밖이 그리운 날이네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오늘은 썩 나쁘지 않은 날이었어요. 드디어 큰터그 OJT를 시작했거든요. 선선한 바람과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 활주로에서 하루 종일 OJT를 받는데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큰터그는 작전차량중대 라인반이 운영하는 항공기 견인차를 뜻하는 말이에요. 밀터그로도 가끔 항공기를 끌기는 하지만 힘도 약하고 조향도 불편해서 대부분은 큰터그로 항공기 주기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항공기 견인차 근무는 참 신비해요.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 천천히 주기장(차를 주차해놓은 주차장처럼 비행기를 주기해놓는 곳을 주기장이라고 합니다)으로 들어와 멈추면, 우리는 그 앞에 가서 항공기의 앞바퀴와 항공기 견인차를 '토우바'라는 연결 장비로 연결해요. 그리고 모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받으면 천천히 차로 항공기를 밀면서 리베트먼트 사이, 임무를 위해 바로 출격할 수 있는 위치로 비행기를 주기시키는 일을 하죠. 핸들을 좌우로 돌리며 전진하면 차에 연결된 토우 바가 움직이고 또 그 토우 바가 다시 항공기의 앞 타이어를 움직여 전체 항공기를 회전시키며 후진시키는 작업인데, 봐도 봐도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 OJT를 한두 번 받고 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곤 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항공기를 다루다 보면, 가끔씩은 비행기를 가지고 드리블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비행기를 아기 다루듯 살살 달래는 것 같기도 해서 묘한 낭만에 빠지게 돼요. 그 신비한 교감이란. 항공기와 견인차를 토우 바로 연결하면, 견인차 앞창에는 항공기의 얼굴(?), 전면부가 가득 차게 되는데 그렇게 항공기를 마주하고 보면 누가 이렇게 가까이, 정면으로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설레곤 해요. 그 모습에 설레어 라인반에 남고 싶다고 했던 것이 이제 3달 전인데, 드디어 항공기 견인을 직접 하게 되었네요. 정말 정말 어렵지만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 토우바를 연결하고 나면 정말 그 항공기를 움직이는 것은 나뿐이라, 까딱하면 큰 사고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요. 리베트나 다른 항공기에 부딪히거나 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OJT를 받고 있는데, 부디 긴장 풀지 않고 잘할 수 있도록 빌어주세요. 아가씨.
아, 오늘이 입동이었다고 해요. 드디어 겨울, 시린 계절이 왔네요. 감기 조심하고, 나가면 손 녹여줄게 조금만 참아주세요. 사랑해요.
2016.11.07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위 사진의 차가 바로 항공기 견인차, 견인차와 항공기를 연결한 막내 같은 것이 바로 토우바입니다.
****견인차 근무의 내용은 민간 공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라 보안 문제없이 서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