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한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12.06
To. 콩 아가씨
또 한 번의 휴가가 끝나고 다시 군대입니다. 3박 4일 짧은 휴가였는데도 복귀를 하니 다들 오래간만이라고 반겨주어서 살짝 놀랐어요. 며칠 안 되는 기간인데도 이렇게 챙겨주는 것을 보면 우리도 정말 식구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친구끼리도 며칠 안 보았다고 반갑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렇게 반긴다고 휴가를 앞으로 길게 안 나가겠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서로를 챙긴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에요.
복귀하는 밤,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임 한 분을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내일부터가 본격적인 OJT니까 준비하라는 말을 하셨어요. 드디어 본격적인 토잉. 지금까지는 아무리 내가 핸들을 잡고 있다고는 해도 같이 동행한 선임이 손이나 핸들을 잡고 대신 핸들링을 하며 감을 익히도록 하는 OJT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실전처럼 OJT를 진행한다고 해 살짝 긴장이 되었습니다. 브레이크 한 순간 잘못 밟아도 흔들리고, 잠깐 핸들을 잘못 돌리면 속수무책으로 틀어지는 예민한 비행기들인 지라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어요.
오전에 비행 스케줄이 나오면 OJT를 할 수 있는 랜딩 시간이 얼추 감이 오는데, 오늘은 1500과 1530, 그러니까 오후 3시와 오후 3시 반에 착륙하는 항공기를 대상으로 OJT를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직접 토잉을 한다고 하니 떨리긴 했지만 또 신나고 설레는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라 조금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네요.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시간. 다행히 토잉은 성공적이었어요. 처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해내서 다들 놀라고 좋아해 주셨습니다. 물론 첫 번째 항공기는 한 번 다시 빼고 집어넣기는 했지만 타이어 라인과 항공기 방향까지 잘 맞추어 주기했고, 두 번째 항공기는 멈추거나 빼지도 않고 한 번에 토잉을 끝냈답니다.
원래 OJT 첫 토잉은 우왕좌왕 헤매다가 선임과 교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라는 데 잘 해내서 다행이에요. 옆에서 조언을 잘 해주신 덕도 있겠지만 썩 잘 해내서 기분이 좋아요. OJT 나온 김에 조금 더 큰 수송기에 도전했다 애를 먹긴 했지만 이 친구도 연습하면 금방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많이 걱정했는데 잘 되어서 신이 난 것 같습니다. 우리 아가씨도 걱정했을 텐데 잘 해냈다는 이야기 편지에 쓸 수 있어서 좋네. 금방 또 편지할게요. 사랑합니다.
2016.12.06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