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11.30
To. 콩 아가씨
CD가 많아져서 기분이 좋아요. 누나가 새로 선물해준 CD들도 하나 둘 들어보았는데 너무 좋은 노랫말들이 가득해 잠들기 전마다 마음이 촉촉해 집니다. '일단은 네 작은 접시에 오른 현재에 집중할 것, 언제인가 제일 큰 접시에 오른 세상의 맛을 볼테니'라니. 밴드 W (Where the Story ends)의 미식가 라는 곡인데 어제 처음 듣고 두근두근해서 한동안 잠에 들지 못했네요. 오늘도 이 곡을 들으며 잠에 들까 합니다. 고마워요 아가씨.
오늘 퇴근하고 난 후였던가, 동기 하나가 호들갑스럽게 방에 들어와 '이제 기상나팔 울렸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군인들 사이에는 군 생활 전체를 24시간으로 보고 군생활을 보낸 비율에 맞추어 지금이 하루 중 몇 시 정도인지를 표시하는 시계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해요. 대체 언제부터 해왔던 것인지 몰라 유행이라 하기도 어렵겠지만, 인트라넷 속 커뮤니티란 커뮤니티마다 나름의 시계가 매일 업데이트되죠. 그런데 오늘이 바로 우리 기수 시계가 아침 6:30 을 지나는 날이었다고 해요.
매일 아침 일어나는 시간. 이제야 일어나다니, 언제 점심 먹고 퇴근하고 저녁 먹으려나. 그래도 악몽을 꾸고 일어난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지만, 참 시간이라는 것이 빨리 가는 것 같은데 아주 많이 남기도 했군요. 앞으로도 쭉 이렇게, 이런 기분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들과 그나마 기억하고 싶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 내일이면 12월이니, 남은 시간 참 괜찮은 스물두 살이었다고 할 수 있도록 잘 보내봐야 겠습니다. 사랑해요.
16.11.30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