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12.20
To. 엄마, 아빠
눈앞을 가득 채우는 무시무시한 얼굴, 거대하고 귀여운 상어꼬리 그리고 그 묵직한 무게감. 오늘은 드디어 처음으로 C-130 항공기를 토잉해 봤어요. 매일 보는 항공기이긴 해도 다른 항공기와는 정말 차원이 다른 크기와 무게라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네요. 사실 어제 지나가다가 C-130 앞코가 위로 살짝 열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웃는 코뿔소 같아서 너무 귀여워 보여 얼른 토잉을 해보고 싶었어요. C-130 스마일은 747 스마일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어쨌든 정말 토잉해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금방 기회가 와서 OJT를 받을 수 있었어요. 다른 항공기들과는 다르게 브레이크 조절뿐만 아니라 액셀 조절을 세심하게 곁들여주어야 한다고 해서 정말 처음에는 진땀이 났네요. 분명 브레이크를 떼었는데 움직이지 않는 묵직함이란. 액셀을 밟아서 힘을 더 주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 항공기 무게가 조금 많이 무겁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것도 더 많아져서 긴장이 되더랍니다.
원래 항공기 주기장이라는 곳이 평평하지 않고 조금씩 경사가 져있어요. 빗물이 고여서 얼지 않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여러 설계적인 배경이 있겠지만 C-130은 항공기 무게가 무게다 보니 이 경사에도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아 토잉을 하는 도중에 속도가 달라지곤 하더라고요. 경사가 조금 심한 곳에서는 차가 항공기에 끌려 내려가는 느낌이 들 정도니 감이 오시나요. 이 친구를 붙잡고 토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처음 받았는데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토잉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잘 토잉하긴 했으니 안심일까요. 하나하나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에요. 실수하면 비행기가 다칠 수 있으니 긴장이 안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씩 더 유능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점점 더 잘하고 싶기도 하고요. 옛날에 어딘가에서 우스갯소리로 한국은 참 무서운 나라라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탱크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한두 명 손드는 것이 아닐 것이라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이제 "항공기 토잉 가능하신 분?"하고 외치면 손을 들 수 있는 것일까요. 매일매일이 바쁘고 피곤하긴 하지만 나름 재밌게, 나름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6.12.20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자 브런치에서 공개한 C-130 기종은 서울공항에서 진행되는 서울 ADEX, 에어쇼, 스페이스 챌린지 및 각종 민간 방문 행사를 통해 공개된 기종으로 브런치 상에서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