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일 인분

쉰아홉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12.30

by 김형우

To. 콩 아가씨


크리스마스가 막을 내린 후의 일주일은 참 바빴어요. 크리스마스도 참 시간이 빨리 갔는데 연말이 참 눈 깜짝할 시간 사이에 흘러가버렸네요. 크리스마스 날은 정말 행복했어요. 6시간의 면회인데 뭐 그렇게 짧은 지. 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랬던 건지 모아둔 사진첩이 꽤나 통통해서 같이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당신 덕에 참 행복했습니다.


누나를 보내고 난 후에 나는 막바지 OJT에 들어가면서 눈코 뜰 새 없이 항공기들을 데리고 토잉을 했어요. 사흘 정도 쉴 틈 없이 토잉을 하고 드디어 결국 어제 상번 테스트까지 통과하며 당당히 'T1'으로 인정받았죠. 부대 사정으로 면허 발급이 늦어져서 바로 단독 근무는 못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어려운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서 편지지를 들었어요. 드디어 일 인분. 바쁜 마무리긴 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는 참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주일이었네요.


아직 투닥거릴 선임 한 분을 데리고 나가야 하긴 하지만, 상번 테스트에 통과하자마자 바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비행기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있어요. 오늘은 근무가 이리저리 늦어지면서 6시 즈음 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덕에 이 비행단에 와서 처음으로 노을이 지는 활주로를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노란 햇빛과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된 활주로 조명, 어둑어둑한 밤하늘이 모인 활주로. 참 예쁘더라고요. 다들 야간 비행 때 보는 밤의 활주로가 정말 아름답다고 말을 해주고 있어요. '이제 밤에도 일해야지'라고 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가 됩니다.


당신의 연말은 어떤가요? 궁금증은 전화로 먼저 풀 생각이니까 오늘 답해주세요. 사랑해요. 또 편지 쓸게요.


2016.12.30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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