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덟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12.24
To. 엄마, 아빠
엄마, 아빠가 여행을 간다고 해서 소박한 편지 한 통을 적어요. 여행자들을 위한 소박한 편지 한 장.
여행은 좋아요. 새로운 길과 새로운 풍경.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시간. 온통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하루하루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죠. 앞으로 엄마, 아빠 고모, 고모부 그리고 J형이 새로운 하늘에 가득 적어올 추억들도 아마 그렇게 아름다운 일, 아름다운 하루들일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 여행을 다녀와서 그런 추억을 품고 사는 우리 모습들이겠죠. 여행을 같이 가지도, 그 신기하고 감동적일 풍경들을 같이 보지도 못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은 볼 수 있을 테니, 저도 나름의 만족감을 담아 이런 짤막한 배웅 편지를 보냅니다.
얼마 전에 여행기에 대한 토막글을 읽다가 참 속뜻이 고운 말을 읽었어요. 여행기를 보며 느끼는 감정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 장소나 그 일화에 대한 흥미나 설렘보다는 그곳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저자의 시선이 참 부럽다는 문장이었던 것 같네요. 문득 궁금해져요. 우리 가족들이 여행을 다니며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 담아올지. 어떤 눈으로, 어떤 기분으로,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다닐지. 참 궁금해집니다.
때로는 그 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점심을 먹은 레스토랑의 간판인, 어쩌면 그 날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 도시 위를 감싼 석양인 그런 소박한 맛이 있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또 하루는 너무 욕심내서 구경을 다니다 알이 배긴 다리를 문지르며 바쁜 하루였다고 긴 심호흡을 추억 한 구석에 담아오는 것도 좋겠죠. 어떤 펜으로 하루하루 여행기를 적어내든 그 글에 웃음기가 가득하기를, 부디 마지막 문장은 재미있었다고 맺음 지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아마도 지금 즈음에는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며 낯선 공기로 한껏 숨을 들이켜고 행선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시작. 아무래도 작은 아들을 두고 출발한 것 같긴 하지만 이왕 까먹고 두고 온 것 행복하게 즐기고 돌아오길 바라요. 이제 손 잡으세요. 같이 가는 여행은 손 안 잡으면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좋은 밤이에요. 메리 크리스마스.
2016.12.24 - 작은 아들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