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청바지를 입고 싶다
청바지 입는 워킹맘
나는 청바지가 좋다.
복장의 자유가 있는 회사를 다니는 덕분에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청바지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옷장에 청바지만 30개도 넘게 있는 것 같다.
안 입는 청바지를 정리하고 또 정리해도
옷장 한켠은 늘 청바지로 가득하다.
남편은 왜 맨날
똑같은 청바지를 사냐고 하지만..
그건 청바지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바지폭, 라인, 길이, 스티치 색깔,
컬러톤, 물빠짐 정도 등
청바지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서
사도, 사도, 또 사고픈 청바지가 생긴다.
청바지의 찰떡은 역시나 흰티!
좋아하는 청바지에 흰티 하나 입으면,
명품옷 1도 부럽지 않다.
사실 청바지는
내가 워킹맘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첫 아이를 낳고 100일쯤 지나자
임신 때 쪘던 살들과 붓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신 전 입었던 청바지들은
엉덩이부터 들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바지 안에
늘어난 골반과 뱃살을 구겨 넣어도
단추가 잠기지 않는 현실... 절망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와 집에서 보낸다는 것.
무릎 나온 추리닝+아기띠+아이+나
우리는 한몸이었다.
집 밖에 나가더라도
근처 소아과, 마트를 가는 게 고작이기에
청바지를 입을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나는 영락없는 아줌마였다.
질끈 묶은 머리, 한몸이 된 무릎 나온 추리닝..
그때부터
무릎 나온 추리닝의 저주(?)가 시작되었다.
편한 추리닝만 입으니
살이 얼마나 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살이 찌니.. 계속 추리닝만 찾게 되었다.
반복.. 반복.. 또 반복..
청바지가 입고 싶었다.
청바지에 흰티..
애엄마지만 두툼한 뱃살, 허릿살 없이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싶었다.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늘어난 몸에 맞는 청바지를 사기보다
내 몸을 청바지에 맞추기로..
결국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요요가 찾아오지 않게
매일 청바지를 입었다.
청바지를 입으면 살이 쪘는지, 안 쪘는지
체중계를 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입고 싶었던
청바지와 흰티를 입으니
무너지다 못해 땅바닥에 붙어버렸던
내 자존감이 되살아났다.
비록 흰티+청바지+아기띠+아이 조합.. 그래도 행복했다.
그때 결심했다.
워킹맘이 되기로..
엄마가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청바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청바지마저 포기하면
나를 정말 잃어버릴 것 같았다.
가끔 워킹맘으로 사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청바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이가 들어도 청바지를 입고 싶다고..
40대, 50대가 되어도
청바지가 어울리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