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na Nov 23. 2023

나이가 들어도 청바지를 입고 싶다

청바지 입는 워킹맘


나는 청바지가 좋다.

복장의 자유가 있는 회사를 다니는 덕분에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청바지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옷장에 청바지만 30개도 넘게 있는 것 같다.

안 입는 청바지를 정리하고 또 정리해도

옷장 한켠은 늘 청바지로 가득하다.


남편은 왜 맨날

똑같은 청바지를 사냐고 하지만..

그건 청바지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바지폭, 라인, 길이, 스티치 색깔,

컬러톤, 물빠짐 정도 등

청바지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서

사도, 사도, 또 사고픈 청바지가 생긴다.



청바지의 찰떡은 역시나 흰티!


좋아하는 청바지에 흰티 하나 입으면,

명품옷 1도 부럽지 않다.




사실 청바지는

내가 워킹맘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첫 아이를 낳고 100일쯤 지나자

임신 때 쪘던 살들과 붓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신 전 입었던 청바지들은

엉덩이부터 들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바지 안에

늘어난 골반과 뱃살을 구겨 넣어도

단추가 잠기지 않는 현실... 절망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와 집에서 보낸다는 것.

무릎 나온 추리닝+아기띠+아이+나

우리는 한몸이었다.


집 밖에 나가더라도

근처 소아과, 마트를 가는 게 고작이기에

청바지를 입을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나는 영락없는 아줌마였다.

질끈 묶은 머리, 한몸이 된 무릎 나온 추리닝..


그때부터

무릎 나온 추리닝의 저주(?)가 시작되었다.

편한 추리닝만 입으니

살이 얼마나 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살이 찌니.. 계속 추리닝만 찾게 되었다.

반복.. 반복.. 또 반복..




청바지가 입고 싶었다.

청바지에 흰티..

애엄마지만 두툼한 뱃살, 허릿살 없이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싶었다.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늘어난 몸에 맞는 청바지를 사기보다

내 몸을 청바지에 맞추기로..


결국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요요가 찾아오지 않게

매일 청바지를 입었다.

청바지를 입으면 살이 쪘는지, 안 쪘는지

체중계를 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입고 싶었던

청바지와 흰티를 입으니

무너지다 못해 땅바닥에 붙어버렸던

내 자존감이 되살아났다.


비록 흰티+청바지+아기띠+아이 조합.. 그래도 행복했다.

그때 결심했다.

워킹맘이 되기로..


엄마가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청바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청바지마저 포기하면

나를 정말 잃어버릴 것 같았다.


가끔 워킹맘으로 사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청바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이가 들어도 청바지를 입고 싶다고..

40대, 50대가 되어도

청바지가 어울리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